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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역사와 함께 걸은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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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필하모닉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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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행동하는 음악인' 마에스트로 쿠르트 마주어가 19일(현지 시각) 미국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의 한 병원예서 타계했다. 향년 88세.

마주어는 1927년 독일 브리크(현재 폴란드 브제크)에서 태어나 라이프치히 음악원에서 피아노와 지휘, 작곡을 배웠다.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무려 26년 동안 지휘하고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 런던 필하모닉 수석지휘자, 프랑스 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 등을 지내며 위대한 지휘자로서 존경과 신뢰를 받았다.
마주어는 민중과 함께 독일 통일의 역사를 썼다. 동독이 민주화하기 직전인 1989년 10월, 게반트하우스 콘서트홀 앞 광장은 반정부 시위대로 가득 찼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언제 유혈로 번질지 모를 위기가 이어졌다. 마주어는 게반트하우스의 문을 열어 시위자 수백 명을 피신시켰다. 한편으로는 시위대와 동독 당국에 비폭력ㆍ평화 시위를 당부하며 협상을 조율했다. 라이프치히의 평화 시위는 동독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마침내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렸다.

마주어는 통일 기념식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지휘했다. 옛 동독 반체제 지식인 그룹이 마주어를 대통령으로 추대하려고 했으나 그는 "나는 음악인이라는 직업이 있다"며 거절했다. 1996년 게반트하우스를 떠나 뉴욕 필로 옮겼다. 당시 뉴욕 필은 주빈 메타가 물러난 뒤 '100명이 떠드는 소리 같다'는 비판을 받았다. 마주어는 개성이 충돌하며 흩어진 뉴욕 필의 소리를 한데 모았다. 그는 9.11 테러도 지켜보았다. 마주어와 뉴욕 필은 테러 아흐레 뒤부터 전국을 돌며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01년 10월에는 런던 필을 이끌고 내한해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과 협연했는데 첫날 연주 직후 쓰러져 응급조치를 받았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는 뉴욕 필과 세종문화회관에서 말러 교향곡 1번을 무대에 올렸다. 앙코르 무대에서는 단원들과 'Be the reds(비더레즈)' 티셔츠로 갈아입고 붉은악마로 변신해 화제가 됐다.
앨런 길버트 뉴욕 필 음악감독은 "살아있는 유산을 남긴 연주자"라며 "마주어 시절 뉴욕 필의 연주에는 헌신이 스며있었다. 음악의 힘이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들 것이란 믿음이 존재했다"고 돌이켰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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