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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어른들의 조바심이 빚은 천재소년 표절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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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재 위원이 '송유근 논문표절'과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했다.[사진제공=UST]

▲박석재 위원이 '송유근 논문표절'과 관련해 고개숙여 사과했다.[사진제공=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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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천재소년 송유근 군(18)의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로 확정됐다. 천체물리학저널은 25일 이미 게재했던 송 군의 논문을 철회했다.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근이에게 미안하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유근이는 공부한 죄밖에 없다. 돌은 저에게 던지시기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연구위원은 UST 박사과정생인 송 군의 지도교수이다.
송 군의 논문은 2002년 박석재 위원의 '프로시딩(Proceeding, 학회 발표자료)'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하지만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박 위원은 "프로시딩은 연구논문이 아니기 때문에 (출처를 밝히지 않고)인용해도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천체물리학저널은 "정확한 출처는 명기해야 한다"며 윤리 규정을 내세웠다.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표절이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송 군은 9세 때 대학에 입학했다. 또래 친구들이 구구단을 외울 때다. 송 군은 말 그대로 천재다. 문제는 천재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왜곡된 시선이다.
우리는 과정보다는 결과에 주목하는 조바심이 있었다. '송유근'이라는 한 사람의 성장보다는 천재라는 상품에 몰입했다. 검증과 성장에 대한 배려도 부족했다. 과학은 기존에 있던 성과물을 토대로 새로운 사실을 규명하는 작업이다. 논문철회 원인이 됐던 '출처 불 명기'는 프로시딩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됐다. 국제저널에 논문을 싣는 만큼 해당 저널의 정확한 규정 등 사전 검증과 확인은 기본이다. '최연소 박사 만들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송 군의 아픔이 클 것이다. 지금 송 군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다. 지성이다. 조급함이 아니다. 성장이다. 결과가 아니다. 과정과 검증이다. 사육(飼育)이 아니다. 생육(生育)이다. '돌을 맞을 사람'은 송 군이 아니다. 천재를 향한 조바심과 결과에만 집착한 우리의 잘못이 크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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