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차두리(35)가 31년 동안 신었던 축구화를 벗었다. 4살 때 독일에서 처음 축구가 좋아서 그라운드를 달렸던 차두리는 2015년 11월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적인 은퇴식을 갖고 이제는 정말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경기 후 마지막 기자회견에 나선 차두리는 "은퇴 기자회견을 굉장히 많이 하는 것 같다. 이제는 진짜로 끝이고 앞으로는 내가 이렇게 경기 후에나 선수로서 기자분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시원섭섭하기도 하다"면서 "후회 없이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어서 홀가분하다. 좋은 이미지를 팬들이나 바깥 분들께 심어주신 기자분들께도 감사드린다"며 다시는 선수로 만날 수 없는 취재진들에게도 작별인사를 고했다.
다음은 기자회견의 주요 내용
차두리 : 크게 봐서는 항상 저번에도 이야기를 했지만 축구를 하면서 내 기준은 차범근이라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넘고 싶었고 더 잘하고 싶었고 나이가 들면서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를 알게 됐다. 유럽을 나가보니 이 사람이 정말 잘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범근이라는 사람 근처에도 못 가는 선수생활을 하게 되어서 내 축구인생은 3-5로 졌다고 표현을 쓴 것이었다.
그래도 월드컵 4강, 16강을 경험했고 분데스리가라는 곳을 가봤다. 아버지가 차범근이라서 갈 수 있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아버지가 펠레나 베켄바우어라고 해도 스스로 능력이 안 되면 못간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10년 동안 빅 클럽에 가서 빛을 보고 하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치열한 경쟁이 있는 독일이라는 곳에서 축구를 잘한다는 선수들과 경쟁을 하면서 버틴 점이 축구를 하면서 큰 보탬이 된 것 같다.
▶ "2002년 세대로 책임감 가지고 다음 길 준비하겠다"
차두리 : 일단 나랑 (이)천수랑 막내였는데 막내들이 은퇴하는 것을 보면 2002년 팀 자체가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이야기인 것 같고 (현)영민이 형도 일 년 선배고 현역으로 뛰고 있고 굉장히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이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줬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선배들은 감독도 하고 이제는 현역으로 뛸 수 없지만 정말로 그 때 2002년은 대단했다. 넘치는 사랑을 받았는데 밖에서도 그때 받았던 사랑을 또 다른 좋은 일로 돌려주는 일이 필요한 것 같고 그런 항상 책임감을 가지고 앞으로의 길을 준비하도록 하겠다.
▶ "감독 자격증 딴다, 은퇴 후에도 그라운드 가까이 있고 싶다"
차두리 : (앞으로 할 일은) 잘 모르겠다. 감독 자격증을 따는 것은 맞고 그 과정에서 세부적으로 더 배우게 될 것이고 그라운드 안팎으로 제가 얻을 수 있는 지식 많을 것이다. 배우는 과정에 있어서 내게 가장 맞는 일인지, 유럽에서 무엇을 좋은 일인지 배워서 결정하겠다. 당장 감독이 되겠다거나 행정가 등으로 못 박고 쉽지는 않고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마음은 그래도 좀 그라운드에서 가까이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은 갖고 있다.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감독인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을 너무 일찍 깨닫고 배웠기 때문에 섣불리 쉽게 도전했다가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고 더 많이 공부를 해서 할 수 있는 것을 결정할 것 같다.
▶ "은퇴 결심의 결정적인 이유는 정신력"
차두리 : 한 번씩 올라왔다 내려오면 힘들다. 몸이 힘든 것도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정신력이었다. 시합을 준비하면서 100프로 쏟을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경기가 잘 안 풀렸다. 마인드 컨트롤이라든지 어려움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100프로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팀에 도움이 안 될 거라고 항상 생각했고 이제는 그만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으로 축구선수생활을 그만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을 내린 것 같다.
▶ 대표팀 후배들에 조언 "독기 품어라"
차두리 : 내가 K리그에 처음 왔을 때 좋다고 생각했던 선수들이 모두 군대에 가 있다. 포항의 신광훈 선수도 경기를 하면서 좋다고 생각을 했었고 울산의 이용, 정동호도 있고 일본에서 열심히 하는 김창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지목한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이 좀 더 욕심을 가지고 경기장에 나가거나 대표 팀에 선발됐을 때 '이 자리는 내 자리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나가야 된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도 있는데'라고 마음을 가지면 높은 곳으로 갔을 때는 문제가 생긴다. 정말로 이 자리를 놓치기 싫다.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은 피해야 한다. 나는 30대 중반에 독기를 갖고 들어와서 했다. 누가 됐든 그 선수들도 조금은 책임감에 내 자리라는 플러스된 독한 마음을 가지고 대표 팀 소집에 임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경쟁이기 때문에 독한 한명이 경쟁에서 이겨서 그 자리를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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