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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社會, 대한민국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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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 적어놓고, 칼 가는 그들…활보하는 '양심'의 흉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유제훈 기자]'트렁크 살인' 피의자 김일곤이 이른바 '복수 살생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흉악범의 복수극을 둘러싼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법당국이 우범자 집중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보복범죄'의 주체는 김씨와 같은 다수의 범죄경력을 지닌 흉악범들의 사례에 머무르지 않는다. 평범한 삶을 살던 이들도 단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극단적인 범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대학생 장모(25)씨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다. 장씨는 총 동아리연합회장에 뽑힐 만큼 원만한 대인관계와 리더십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여자 친구 A씨와의 이별 이후 그의 삶은 극단적으로 바뀌었다.

장씨는 집착 증세를 보였고, A씨 부모는 장씨 부모에게 항의했다. 장씨는 이에 앙심을 품고 보복살인에 나섰다. 장씨는 배관수리공으로 위장해 A씨 부모 집에 들어간 뒤 잔혹하게 살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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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씨는 청테이프, 흉기 등을 미리 준비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장씨는 A씨를 집으로 부르고자 어머니로 위장해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장씨는 A씨가 집으로 돌아온 뒤 부모 안위를 걱정하는 그의 심리를 이용해 성폭행하기도 했다.

장씨는 지난 8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극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성과의 이별이라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사건은 평범한 대학생을 사형수로 만들 만큼 끔찍한 사건의 배경이 되고 말았다. 이는 평범한 사람도 순간의 판단 잘못이나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보복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보복범죄는 2010년 124건으로 조사됐지만, 지난해 255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연도별로는 ▲2010년 124건 ▲2011년 122건 ▲2012년 235건 ▲2013년 237건 ▲2014년 255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김일곤 사례와 같은 우범자 집중 관리도 필요하지만, 보복범죄가 늘어나는 근원적인 배경에 주목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의 형평성을 둘러싼 점검도 그중 하나다. 학연, 지연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법적인 불이익을 받았다는 인식이 팽배할 경우 보복이라는 행위로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보복범죄는 물론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역시 '보복사회' 문제를 진단할 중요한 지표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분석학적으로 타살과 자살은 대상이 다를 뿐, 폭력성이 분출된다는 같은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면서 "물론 범죄자는 법으로 단죄를 받아야 하겠지만,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불평등과 부(不)정의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복범죄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이들을 보호하는 장치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예를 들어 범죄 상황을 증언해준 이들이나 신고를 한 당사자를 상대로 보복범죄에 나서는 일을 막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탁종연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경찰 형사과와 같이 강력범죄를 다루는 부서에 아직 피해자 보호를 위한 인력·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범죄자들이 판결문에 나온 피해자 집 주소를 보고 보복하는 사례도 허다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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