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도난사건, 용의선상에 피카소

모나리자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꼽힌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제일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을 찾으면 모나리자를 만날 수 있다. 시간당 1500명의 관람객이 모인다고 한다. 그런데 멀쩡히 걸려있던 이 그림이 감쪽같이 사라진 적이 있다. 1911년 벌어진 모나리자 도난사건 얘기다. 모나리자는 2년 동안 자취를 감췄고 이 사건으로 유명 시인인 기욤 아폴리네르와 화가 파블로 피카소도 조사를 받았다.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

정확히 104년 전인 1911년 8월 21일. 루브르에서 모나리자가 사라졌다. 이를 처음 발견한 이는 루브르의 명화들에서 영감을 얻곤 했던 화가 루이 베루였다. 처음에는 작업을 위해 잠시 옮긴 것으로 여겨졌으나 시간이 지난 뒤에도 모나리자를 찾을 수 없자 루브르는 발칵 뒤집혔다. 이미 모나리자가 사라진지 하루가 지난 시점이었다.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졌지만 모나리자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조사를 받은 이들 중에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미라보 다리'로 유명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와 화가 파블로 피카소였다.

아폴리네르가 조사를 받은 것은 그의 조수로 일했던 게리 피에르라는 사람이 루브르박물관에서 흉상을 훔쳐 판매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피카소 역시 장물인지 모르고 이 사람에게 흉상을 구입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폴리네르와 피카소는 며칠 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고 한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모나리자를 찾을 수 없어 많은 이들이 체념하기 시작할 무렵 단서는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피렌체의 유명 미술관인 우피치미술관에 모나리자를 매각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우피치미술관은 즉시 신고했고 진범 빈센초 페루자를 붙잡을 수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인 빈센트 페루자는 루브르박물관의 인부로 일시 고용됐었는데 창고에 숨어 있다가 모나리자를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 명화를 자신의 방 침대 밑에 2년 동안 보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재판 과정에서 "이탈리아 사람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가 고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해 훔쳤다"고 주장했고 이탈리아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그는 고작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모나리자가 사라진 시기에 6점의 위작이 판매됐다는 것이다. 모나리자가 도난당했다는 얘기가 알려지자 에두아르도 드 발피에르노라는 사기꾼이 복제 기술자에 의뢰해 6점의 위작을 만들었고 이를 부호들에게 몰래 팔았다고 한다. 모나리자가 사라진 2년 동안 이 6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나리자가 진품이라고 생각했다. 일각에서는 발피에르노가 페루자를 시켜 모나리자를 훔치게 한 뒤 위작을 팔았다고도 한다. 페루자가 진품을 들고 도망쳐 혼자 팔려다 잡혔다는 것이다. 여하튼 페루자가 잡히고 진품이 확인되자 위작을 샀던 6명은 자신들이 구입했던 작품의 감정을 요구했지만 모두 가짜였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