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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이게 다 송해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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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남편감은 송해"라고 며칠 전 지인이 저녁 술자리에서 확언했을 때 잠시 머리를 갸웃거렸다. 젊은 처자들이 파르르 떠는 송중기나 송승헌이 아닌,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삼둥이 아빠 송일국은 더더욱 아닌 송해씨라니.

오해하지 마시길. 송해씨라면 세계 최장수 TV 프로그램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전국노래자랑'을 31년째 이끌고 있는 명 MC임을 누가 모르겠는가. 91세의 고령에도 매주 일요일 아침 '전국~ 노래자랑'을 외치는 건강하고 소박하고 한결같은 그의 삶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그래도 그렇지 '최고의 남편감'은 좀….
"송해씨는 예일대 출신인 데다 영식님이잖아."
예일대? 영식님? 암호를 해독하느라 낑낑대는데 지인의 설명이 이어진다.

"예일대는 '예'전 '일'을 그'대'로 한다는 거지. 송해씨는 은퇴하고도 한참 지났을 나이인 지금도 계속 일을 하잖아. 바깥일이 많으니 집에서 식사를 안 해도 되고 반찬 걱정까지 덜어 주는 영식(零食)님이니 최고의 남편감이 아니고 뭐겠어."

듣고 보니 지당한 말씀이다. 반박의 여지를 찾지 못해 고개를 연신 끄덕이는데 목구멍에 무언가 툭 걸린다. '그렇다면 나는?' 예일대는 둘째치고 종종 저녁을 얻어먹는 필부인 나는 '일식(一食)씨'인가. 간혹 주말에 두 끼를 먹으니 '이식(二食)군'이거나, 그보다 더 가끔 세끼를 즐기니 '삼식(三食)세끼'인가.
그래도 다행이다. 마누라에게 간식을 달라고 하지 않으니 '간나세끼'는 아니다. 세끼 다 먹으면서 마누라 꽁무니 종일 따라다니며 간식 달라고 귀찮게도 안 하니 '종간나세끼'는 더더욱 아니다. '아니다' 2연타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 민망하고 자발적인 '세끼 검열', 이게 다 송해씨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욕설처럼 걸쭉한 '세끼 풍자'는 과거 권위적이었던 남성에 대한 여성의 가열찬 언어적 반격이다. 교만했던 남성의 '웃픈(웃기지만 슬픈)' 고해성사다. 수직적이었던 남녀 관계가 수평으로 진화하는 데 따른 여성의 전리품이기도 하다.

현실이 그렇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를 보면 여성의 71.8%가 늙은 남편을 부담스러워한다고 하니 평균 수명이 길어질수록 남성의 처지는 옹색하다. '여자에게는 남편과 자식과 친구가 있지만 남자에게는 아내와 부인과 여편네만 있다'는 농담은 남성의 궁핍한 인맥을 드러낸다. 어찌된 일인지 나이 들수록 '아내 바라보기' 본능만 분기탱천하는 동물이 대한민국 남성이라는 지극히 우울하고 구슬픈 발견, 이게 다 예일대 출신의 영식님 송해씨 때문이다.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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