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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병문안에 죄를 묻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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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는 216개의 뼈와 650개의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고 하면 그것으로 인간이란 존재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을까. 거기에 100여개의 관절,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있다는 걸 보탠다고 해서 그것으로 인간이 무엇인가를 얘기할 수 있을까. 아무리 많은 요소들로 총합한들 그것으로 인간-생명-이란 존재의 신비를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우리의 '병문안' 풍습이 거센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의학전문가들에 의해 무분별한 병문안이 메르스 확산의 한 원인으로 지목돼 많은 공격을 당했다. 그 말에 상당한 진실이 있을 것이다. 환자와 의료진이 아닌 이들의 병실 출입이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가 될 여지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번에 병문안에 쏟아진 비난은 그 이상이었다. 병문안 자체가 후진적이며 추방해야 할 악습으로, '멸균 청정'의 병원에 허용돼서는 안 되는 세균과 같은 것으로 규정됐다.
병문안에 대한 비난, 그건 우리의 한 전통이 모독당하고 비하당한 것이었다. 이는 병원엔 의사와 환자만 있게 해야 한다는 현대의 병원체계에 대한 절대 믿음과도 닿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에 본 것은 정부의 무능과 함께 병원체계 자신이 하나의 '병원체'가 되고 있는 것의 위험성이었다. 그 위험성은 날로 진화하는 병원체를 못 따라가는 현대의학의 역부족에다 영리성의 추구가 공공성을 위협하는 현실(이건 영리병원의 허용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등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전문가에 대한 과신이 있었는데 그러나 이번에 우리 앞에 펼쳐진 것은 '병원을 믿습니다'고 신앙고백을 하면 '전능하신 전문가 주 의사님'이 치유해줄 것이라던 첨단의료 신화의 한 실상이었다.

메르스 사태가 그랬듯 생명에 침투하는 질병도, 그 치유도 '첨단의료기술'이나 '전문가의 지식' 이상의 생명의 신비에 대한 이해가 없어선 안 된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는 듯하다. 인체와 생명현상의 신비에 대한 이해는 의료의 부인이 아니라 오히려 현대의료의 한계를 채워나갈 하나의 '항체'를 찾는 게 될 것이다.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는 말은 단지 시적 호통이 아니라 오랜 경험과 지혜의 축적으로서의 전통에 대한 재발견이었다. 우리의 병문안은 환자에 대한 연민과 위로가 약물만큼이나 병과 싸우는 데 힘이 되고 응원이 된다는 것을 오랜 시간 확인하며 이어온 전통이다. 병문안이라는 항체를 함부로 폄하하지 말 일이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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