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현대차의 위기가 곧 한국 경제의 위기이자 한국 경제 위기의 축소판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차의 위기는 복합적이다. 대외적으로는 환율과 차종의 노후화, 미국과 일본 업체들의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직면해 있고 내부적으로는 신차효과의 실종과 경직된 노사관계, 수입차의 점유율 확대에 따라 안방시장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에 이어 가격 할인을 앞세운 미국 업체들과도 한층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판매경쟁은 가격경쟁으로 이어지고 다시 수익성 훼손, 이익 악화, 주가 하락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을 앞섰다. 도요타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8.93%로 현대차(7.58%)보다 높고 1년 전보다도 2.76%포인트 상승했다.
환율 탓에 현대차의 평균판매단가(원화 기준)는 2011년 1850만원 이후 2014년 1770만원, 올해 1750만원(전망)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기아차도 2012년 2010만원을 정점으로 2014년 1870만원, 올해 1840만원(전망)으로 줄어든다.
부동의 시총 2위 자리는 이미 SK하이닉스와 경쟁을 벌이는 처지가 됐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35조2717억원(27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차의 시총(34조5833억원)을 6884억원 차이로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한국전력 부지 매입 논란으로 SK하이닉스에 2위 자리를 잠시 내준 바 있는데, 이번에 엔저 공습에 직격탄을 맞아 반년 만에 다시 3위로 밀려났다.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며 달러화 강세 및 엔화 약세 흐름이 다시 부각되고 있어 자동차주가 추가 조정을 받을 경우 양 그룹의 재계 서열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현대차 내부문제도 겹쳐… 신차로 위기 돌파= 현대차가 시장의 흐름을 읽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자동차시장에서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가 꾸준히 상승 중이나 현대차와 기아차의 SUV 판매비중 추이는 큰 변화가 없다.
2008년과 올 1분기를 비교하면 현대차의 SUV 판매비중은 19.9%에서 17.9%로 오히려 낮아졌다. 승용차 중심의 판매구조(1분기 현재 76%)가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위기탈출은 환율이 회복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 역시 기대하기 쉽지 않다. 수익성 회복을 위해 가격을 높일 수 있지만 점유율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신차효과는 다소 기대해볼 만하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하반기에 해외시장에 아반떼, K5, 투싼, 스포티지 등을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신형 투싼은 미국에 이어 7월과 10월에도 유럽과 중국에 순차 투입된다. 도요타가 장악한 하이브리드시장에 대응해서는 3분기에 쏘나타 플러그인(충전식)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다.
친환경차와 관련해서는 수소연료전지차 세계 최초 양산에 이어 수소연료전지버스 시범운행으로 친환경차 보급을 시작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투싼 신차효과가 당분간 이어지고 올 하반기에 K5와 아반떼, 스포티지 등 신차가 출시되면 내수와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전사적인 도전과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