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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홍광호 대결 뮤지컬 '데스노트', 일본판으로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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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및 쿠리야마 타미야 연출 인터뷰

일본 뮤지컬 '데스노트'. 우라이 켄지(라이토 역) 엘(코이케 텟페이) 야가미 류크(요시다 코타로)

일본 뮤지컬 '데스노트'. 우라이 켄지(라이토 역) 엘(코이케 텟페이) 야가미 류크(요시다 코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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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도쿄(일본)=임온유 기자]"정의는 사회의 기준이야."(선생님) "늘 편한 대로 갖다 붙이죠."(라이토) … "이 나라에서 정의란 뭐지?"(선생님) "권력의 도구. 정의는 어느 시대에나 힘 센 지도자가 정한 기준이었죠"(라이토)

회색 빛깔 교복을 입고 희미한 표정을 띤 라이토와 반 친구들은 선생님이 옹호하는 정의를 불신한다. 사회가 규정한 정의를 그대로 믿으면 웃음거리가 될 뿐이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 '진정한 정의'를 찾고자 한다. "정의는 어디에? 정의는 어디에?"(라이토ㆍ학생들)
지난 15일 일본 도쿄 닛세이 극장에서 공연된 뮤지컬 '데스노트'의 첫 장면이다. 정의의 개념이 모호해진 사회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학생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리에겐 이미 동명의 만화와 영화로 친숙한 작품이지만, 막상 뮤지컬 무대에 올려진 '데스노트'는 기대이상으로 회색빛 기운이 감돈다.

이 일본 뮤지컬에 최근 한국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6월20일부터 성남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한국판 '데스노트'에 현재 뮤지컬계에서 최고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배우 홍광호와 김준수가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일본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62)가 한국 공연도 책임지며, 국내 팬들이 좋아하는 프랭크 와일드혼이 음악을 맡았다. 쿠리야마 타미야는 16일 일본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옛날에는 가난으로 인한 범죄가 많았지만, 지금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부조리함으로 인한 범죄가 많아졌다"며 "이 같은 상황을 무대로 그려냈다"고 말했다.

천재 고교생 라이토는 우연히 데스노트를 줍는다. 여기에는 '이름이 적힌 자는 죽는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데스노트의 힘을 확인하고 싶은 라이토는 TV뉴스에 나온 유괴범의 이름을 적어본다. 그리고 40초 뒤 심장마비로 죽는 유괴범을 목격한다. 이후 라이토는 범죄자들을 하나씩 데스노트의 명단에 올려놓는다. 이들을 모조리 죽여 아무런 범죄도 발생하지 않는 이상사회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정의'라고 믿는다. 범죄자들이 연이어 심장마비로 죽자 인터폴은 베일에 싸인 명탐정 '엘'을 투입한다. 이때부터 데스노트를 사이에 두고 라이토와 엘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일본에서 지난 6일 개막한 이 작품은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1200석 규모의 극장이 가득 찰 정도로 흥행하고 있었다. 다른 뮤지컬에 비해 실험적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10대부터 60대까지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커튼콜 때 1층 관객 대부분이 기립박수를 보낼 정도였다. 라이토 역의 우라이 켄지 팬이라고 밝힌 40대 주부는 "영화에 비해 전개 속도가 빨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지만 배우들 연기에 만족한다. 굉장히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독특한 소재를 내세웠음에도 관객이 극에 인내심을 갖고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무대 연출 덕분이다. 구조물이 모습을 바꾸는 등의 역동적 변화는 없지만 무대 곳곳에는 현대사회의 혼돈, 익명성, 모호함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특히 역광 탓에 얼굴이 가려진 채 노래하는 군중의 등장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 인상적이다. 쿠리야마 타미야 연출은 만화를 무대로 옮기면서 "긴 원작의 다이제스트 버전으로 만들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등장인물들의 심리전 중심으로 극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방송 뉴스를 배경 영상으로 연출한 것 역시 관객의 몰입을 높이는 데 효율적으로 작용한다.

'엘' 역을 맡은 코이케 텟페이의 연기도 볼 만하다. 드라마 '고쿠센2'에 출연하며 한국에 이름을 알린 그는 만화 속 엘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 텟페이는 힘없이 움츠린 채 느리게 걸으면서도 비교적 빠르게 억양의 고저 없이 말을 뱉어낸다.

사신 '류크'는 원작과는 달리 코믹하게 그려진다. '류크'는 데스노트를 인간계에 떨어뜨려 혼란을 야기한 장본인이자 죽음을 관장하는 신이다. 카리스마를 필요로 해 보이는데 뮤지컬에서는 관객의 웃음을 사거나 박수를 유도해 흥을 돋우는 역할을 자처한다. 요시다 코타로라는 유명 연극배우가 연기해 노련미가 돋보이긴 했다. 호응하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가벼움은 데스노트 전체 분위기를 해치고 공연의 밀도를 낮췄을 뿐이다. 안무가 적고 노래나 가사 위주로 무대가 연출돼 볼거리가 적다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판 데스노트가 기대되는 것은 '라이토'와 '엘'의 대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대학교 신입생으로 나란히 서는 장면이나 테니스 실력을 겨룰 때 등 등장인물의 두뇌싸움은 가창력 대결로까지 확장된다. 한국 무대를 점령하고 영국 웨스트엔드까지 진출한 홍광호와 탈아이돌 급 실력을 인정받고 아시아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김준수의 콜라보레이션이 상상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판 데스노트는 일본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을 예정이다. 쿠리야마 타미야 연출은 "무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살아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공연한다고 해서 풍습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세계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는 배우들에게 '세 걸음을 걸어라'고 말하는 식의 연출가는 아니다. 무대는 연습실에서 배우들과 부딪히면서 완성된다"고 말했다. 일본과는 다른 한국 공연만의 특색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였다. "과거 연출 경험을 통해 한국 배우가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광기에 사로잡힌 인간으로 변할 홍광호 씨의 연기가 기대된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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