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9%에서 0.9%로 대폭 끌어내렸다. 한은이 ‘0%대’ 물가상승률을 내놓은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디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엄습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부문별로 보면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2.3%로, 지난 1월 2.6%보다 0.3% 포인트 떨어졌다.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도 지난 1월2.6%에서 2.4%로 하향 조정됐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전망에 비해 1%포인트 큰 폭 하향 조정한 것은 1분기 실적치 외에 국제유가 하향 조정 및 공공요금 인하 가능 성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에 대해 물가의 급속한 하락 원인이 국제유가 하락에 있는 만큼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하다는 게 한은 입장이다. 실제 한은은 저유가 영향 등으로 당분간 낮은 물가상승률을 보이겠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라 점차 상승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2%로 잡은 것도 그래서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모든 품목의 물가가 하락하고 안좋은 방향으로 갈 때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며 "481개 품목으로 소비자물가 조사하는데 석유류 관련 7개에서 하락폭 크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대 유지되고 있다"며 "내년에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디플레이션 우려는 현재로서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은 "당장 디플레이션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국제유가를 제외하더라도 계속해서 낮은 물가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성장률 자체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성장세가 지속되면 기대심리가 떨어질 수 있다"며 "이같은 상황이 외부적 충격과 결합되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속보치(0.4%)보다 떨어진 0.3%로 집계된 것이 올해 성장률 전망에 영향을 미쳤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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