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도 1990년대에 경험한 대형 재난 대부분이 이러한 작은 결함을 간과한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소한 인간적 오류와 복잡한 시스템이 결합해 파국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우리는 과거 재난 사고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했다. 경제성장과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면 작은 것은 사소한 것이라 외면하며 살아왔다.
우리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최소율의 법칙에서 강조하는 강도가 약한 연결고리, 즉 재난 취약 분야에 대한 관리의 중요성을 또다시 뼈아프게 경험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각종 안전대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판교 공연장 붕괴 사고나 의정부 아파트 화재, 강화도 캠핑장 화재 등 크고 작은 재난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과거의 실패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면 이러한 아픔이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위기가 준 기회를 낭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정부에서는 국내 재난 취약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교량, 터널, 지하도상가, 관람전시시설, 여객터미널, 공사장 등이 대형 재난 가능성이 높은 시설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 기준은 오로지 붕괴위험에만 맞추어져 있다. 화재, 폭발, 각종 안전사고 등 다양한 위험에 종합적으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보완할 수 없는 영역은 재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시설의 소유 관리자들이 자발적으로 재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험제도는 재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자동차 운전자에 적용되는 사고 시 보험료 할증제도가 안전운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보험사는 보험에 가입한 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당장 손해로 직결되므로 대형 사고의 가능성이 높은 시설에 대해 위험관리 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보험사의 위험도 조사는 통상 법률에 따른 시설물 안전검사 기준인 붕괴위험 평가에 그치지 않고 화재, 폭발, 안전사고와 피난대책까지 아우른다. 사고가 나면 손실을 보는 이해당사자의 시각에서 위험을 바라보기 때문에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재난 위험 시설에 대한 보험은 사후 보상이라는 개념을 넘어 사고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도입된 각종 재난 관련 보험제도는 대형 인명피해를 유발한 사고를 계기로 사후적으로 도입돼 왔다. 이번만큼은 재난 취약 시설에 대한 보험제도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사고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개과불린(改過不吝)'이라는 말이 있다. 잘못된 것을 고치는데 조금도 인색하지 말라는 뜻이다. 안전에 관한 문제는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두 번 다시 세월호가 남긴 교훈을 간과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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