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 천원으로 객실 업그레이드 이벤트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불과 10년 전 1000원이면 콩나물과 두부 한모를 사서 조졸한 한 끼 밥상을 차릴 수 있었다. 그 전 10년 전에는 솔담배 한 갑과 두꺼비소주 한 병까지 살 수 있었다. 10년 전, 20년 전만 해도 1000원이 주는 가치는 소중했다. 세뱃돈으로 조카들에게 1000원을 주면 돈 많은 멋진 삼촌으로 인정받았고, 동네 구멍가게에서 군것질거리를 구매하는데 1000원이면 거스름돈을 받던 시절이었다. 신용카드 등 화폐를 대신하는 수단이 활성화되고 5만원권 같은 고액권이 등장하면서 주머니 속의 동전들과 함께 나뒹구는 푼돈으로 전락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세뱃돈으로의 인기도 시들해졌고, 과자, 아이스크림 하나 사기에도 모자랐다.
일일 1000원으로 경차 모닝을 탈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기아자동차가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모션은 12개월 동안 하루 1000원(한 달 약 3만원)의 이자만 부담하면 모닝 새 차를 구매할 수 있다. 그 후에는 3.9% 저금리를 적용한 원리금 균등납부(36개월) 방식으로 상환하는 조건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불황기를 맞아 차량 구입 시 초기 부담이 큰 고객들을 위해 '모닝 천원의 행복' 구매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프로모션이어서 정확한 집계를 할 수는 없지만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1000원의 가치는 식음료 시장에서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에서 객실 최저가에 1000원을 더 내면 객실 업그레이드, 1인 조식뷔페, 고급 와인 1병의 혜택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이 프로모션은 호텔 측이 1000번째 개관을 기념해 선보인 '천원의 행복' 프로모션이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와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판교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한국 피자헛의 '프리미엄 피자 1000원의 행복 이벤트'를 활용하면 프리미엄 피자 미디엄 사이즈 한판 가격에 1000원 추가로 두 판을 살 수 있다.
조윤상 한국 피자헛 마케팅팀 이사는 "1000원 추가로 3만원 안팎하는 피자를 살 수 있어 인기가 좋다"며 "앞으로도 좋은 품질의 맛있는 피자를 많은 고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아웃백도 '아웃백 369 특급'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생맥주를 1000원에 제공하고, 롯데리아도 '리아데이' 프로모션을 진행, 1900원짜리 치즈스틱이나 양념감자를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천덕꾸러기였던 1000원이 장기 불황으로 그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다"며 "1000원 마케팅 역시 알뜰 소비를 지향하는 스마트컨슈머들의 할인 체감율을 높여 소비를 진작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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