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14만원, 단말기 20만원"
내국인 명의 후불 대포폰, 보이스 피싱용
개인용은 외국인 명의 선불폰…"번호 더 오래가"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보이스 피싱용으로는 후불을 많이 쓰고요, 개인적으로는 선불을 쓰는 게 좋습니다. 명의 도용 문제 때문이지요."
해외 주요 포털에서 '대포폰'을 검색하자 판매업자들이 여러 방식으로 올려놓은 연락처가 보였다. 특수문자와 숫자를 조합해 전화번호를 표기하거나 이미지에 전화번호를 삽입하는 식으로 연락처를 남겼다.
15개 전화번호를 확보해 연락을 시도했다. 대부분은 '당분간 통화할 수 없는 번호'이거나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그나마 연결이 된 2개 번호는 "그런 거 안 팔아요"라고 대답하면서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유심만 하면 14만원, 단말기까지 같이하면 20만~30만원입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2시간 안에 택배가 도착할 거에요."
구매할 의사를 밝히자 남은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와 통화한 지 1시간30분 후 택배 기사를 통해 봉투를 넘겨받았다. 개통이 완료된 유심 칩이 들어 있었다. 유심 칩을 기존 스마트폰에 넣자 바로 전화를 쓸 수 있었다.
일반인도 2시간이면 손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대포폰은 만연해 있었다.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불법체류자 선불폰 개통 가능'이라는 간판을 달고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선불폰 가입자 수는 269만명으로 이 중 외국인은 130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12월부터 방통위는 선불폰을 주로 취급하는 영업점을 대상으로 선불폰 가입신청서 보관·파기 현황과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등 정보통신망법상 개인정보 관리 실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대포폰 문제가 어느 한 통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이용자보호과와 개인정보보호과가 함께 3사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워낙 범위가 방대해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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