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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장관 이주영이 보여준 '팽목항 리더십'

최종수정 2014.12.24 16:07 기사입력 2014.12.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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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임식열고 물러나 "마음 한 켠의 짐 아직 무겁다"
떠나는 장관 이주영이 보여준 '팽목항 리더십'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24일 이임식을 끝으로 해양수산부를 떠나는 이주영 장관은 임기를 10개월도 못 채운 '단명장관'이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초기 '문책 0순위 무능공직자'로 꼽혔던 그가 이제 '참된 공직자의 표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묵묵히 맡은 바에 책임지고, 모두에게 귀 기울이며, 국민을 섬겼던 '팽목항 리더십'은 그를 여당 원내대표 후보, 총리 후보 1순위로 부상시켰다.

현직 4선 국회의원인 이 장관은 지난 3월6일 취임해 293일의 임기를 마치고 이날 오후 이임식을 가진다.
그는 사전에 배포한 퇴임사를 통해 "책임에 합당한 처신을 위해 이제 장관직에서 물러납니다만 마음 한 켠의 짐이 아직도 너무나 무겁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여전히 세월호 실종자들의 사진을 가슴 속에 품고 다니는 그는 "세월호의 마지막 남은 실종자 아홉 분과 오룡호의 실종자들도 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팽목항에 상주하며 수염을 기른 모습의 이주영 해수부 장관 <방송사 캡쳐화면>

지난 4월 팽목항에 상주하며 수염을 기른 모습의 이주영 해수부 장관 <방송사 캡쳐화면>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초기 그는 문책 0순위였다. 해수부 장관이 사고수습에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과 함께 '무능공직자'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취임 한 달여만에 벌어진 참사에서 억울해하기보다 "내 탓"이라고 몸을 낮추고 모두의 원망과 비난을 감내하는 길을 택했다. 9월 청사로 복귀하기까지 136일간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했다.

이발도 하지 않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이 장관의 모습은 한 때 '정치적 쇼'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희생자 가족들의 욕설과 멱살잡이가 사라졌다. 대신 "우리 장관님"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유가족의 마음을 돌려세우고 국민적 신뢰를 얻게 한 '팽목항 리더십'은 여기서 나왔다. 이 장관은 매일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을 돌며 가족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비난의 목소리에는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했다. 진도군청내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고,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현장을 챙기는 데 사력을 다했다. 한 유가족은 "작은 요청이라도 외면하지 않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꼈다"며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로 믿음을 줬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세월호 사고 수습 외에도 해수부 예산 증액, 투자활성화 유치방안 마련,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감시 강화 등의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대형사고 수습으로 인해 해양강국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고 전 마련한 '비전 2030'은 아직도 발표되지 못했다.

3월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3월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국민적 인지도를 얻은 4선의원의 다음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이 장관은 일단 국회로 돌아간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총리로 옮겨갈 경우, 그가 후임 원내대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내년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야 하는 사회구조 개혁잡업에 그의 '팽목항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후임 장관이 취임할 때까지 장관 업무는 김영석 해수부 차관이 대신한다. 1년 사이 두 명의 장관이 물러나는 해수부는 각종 사고여파와 1급 사표수리 등에 더해 조직분위기 수습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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