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감사일기 쓰며 마음 다잡아"…촬영 들어가기 전 인물 백문백답으로 캐릭터 분석
"오늘도 별일 없이 지나가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배우 김우빈(25)이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최근에 적은 메모를 읽어 보였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상속자들'을 촬영할 때부터 이렇게 짧은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 습관이 됐다. 휴대폰이든, 영수증 뒷면이든, 하루를 감사일기로 마무리해야 피로가 풀린다고도 했다. 2011년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데뷔한 이래 불과 3년 만에 스타 자리에 오른 그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망가질 수 있다"며 순식간에 거머쥐게 된 인기와 명성에 휘둘리지 않으려 수시로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이상의 것들을 얻게 되면서 책임감이 생겼다"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모델 일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시작한 연기지만, 연기에 임하는 자세만큼은 어느 배우보다 진지하고 정성스럽다. 자신이 연기하게 될 인물에 대해 매번 '백문백답'을 작성하는 습관이 대표적이다. "시나리오에 나오지 않는 부분을 계속 상상하다 보면 촬영 현장에서도 진심으로 연기가 나온다. '백문백답'은 정말 본인이 아니면 답하기 힘든 구체적인 질문이 많은데, 촬영 들어가기 전 점검하는 차원에서 늘 하는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해서 자신만의 '캐릭터 일대기'를 만들다 보면 실생활에서도 그 인물에 동화되기 일쑤였다.
24일 개봉한 영화 '기술자들'에서 맡은 역할은 금고털이 '지혁'이다. 인천세관에 보관된 1500억원의 비자금을 훔치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우빈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흘러간다. 그는 말끔하게 수트를 입고, 능수능란하게 작전을 지휘하는 '지혁'에 대해서도 예외없이 '캐릭터 일대기'를 작성했다. "스쳐지나가는 대사로 '지혁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힌트가 나온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상처와 아픔이 있지만 일부러 과하게 밝은 척하고,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올 초 그의 새해소망은 "지난해보다 더 바빠지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올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보니 그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바쁘게 보냈다. 지금 이것보다 더 바라면 욕심이 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주신 관심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인기는 한 순간에 와서 한 순간에 갈 수 있다. 나에 대한 믿음을 배신하고 싶지도 않고, 기대에 부흥하고 싶다. 이 많은 사랑을 어떻게 보답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잊지 않으려 한다. 믿음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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