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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끝엔 '고요'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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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심학산-해발 192m 산이 낮다고 풍경도 낮으랴, 한강 끝 최고 일몰여행지

파주 심학산은 낮다. 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자유로와 한강, 아파트숲 그리고 저 멀리 북한땅까지 조망할 수 있다. 심학산에서 내려서는 길에 마주한 보름달이 도드라지게 빛난다.

파주 심학산은 낮다. 하지만 정상에서 바라보이는 풍경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자유로와 한강, 아파트숲 그리고 저 멀리 북한땅까지 조망할 수 있다. 심학산에서 내려서는 길에 마주한 보름달이 도드라지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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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걸림이 없습니다. 탁트인 시야에 가슴이 절로 뻥 뚫립니다. 서쪽 발 아래로 자유로를 오가는 차들이 쌩쌩합니다. 그 옆으로 한강과 임진강의 유장한 물줄기가 함께 내달립니다. 물길을 따라 북한쪽 개풍군도 아스라이 다가옵니다. 반짝 한강이 물들면 붉은 일몰은 또 어떤가요. 몸을 돌려봅니다. 교하신도시와 운정신도시, 저 멀리 북한산까지 광활한 세상이 굽어보입니다. 왕의 학이 숨어 있던 산. 바로 파주 심학산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이곳은 고작해야 해발 192m입니다. 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입니다. 허나 산이 높다고 해서 다 전망이 좋거나 명산은 아닙니다. 산이 어디에 솟았나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드넓은 들판에 홀로 우뚝 솟은 심학산이 꼭 그러합니다. 정상에 서면 심학산의 존재감이 바로 이거구나 싶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자유로를 타고 한강을 따라 북으로 달리다보면 파주 출판단지 뒤쪽으로 솟은 산이 있다. 심학산이다. 주변에 산이 없어 이 산의 존재감은 훨씬 부각된다.
심학산은 심악산으로 불렸는데, 조선 영조 때 궁궐에서 기르다 날아간 학을 이 산에서 찾으면서 심학산(尋鶴山)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본디 홍수 때 한강이 범람해 들어오는 물을 막아준다 해서 '수막'으로 불린 점으로 미뤄 '수막'이 '심악'을 거쳐 '심학'산이 된 것으로 보인다.
파주 심학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약천사. 이 절집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13m높이의 청동좌불상이다.

파주 심학산 등산로 입구에 있는 약천사. 이 절집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13m높이의 청동좌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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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학산은 동에서 서로 길쭉한 모양이다. 정상은 서쪽의 중심에 솟아 있다. 동패리 교하배수지에서 정상까지는 주릉을 따라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작은 산치고는 제법 숲도 깊다. 등산로는 교하배수지에서 시작해 약천사(藥泉寺), 배밭정자, 산남리, 전원마을을 거쳐 다시 배수지로 돌아오는 약 6.8km의 둘레길이다.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둘레길만 걷는다면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편안하고 아늑한 길이다. 봄ㆍ여름ㆍ가을이면 활엽수 숲이 울창하며 겨울엔 설경이 눈부시다. 겨울은 다소 썰렁하지만 오르내리면서 주변 전망을 감상하기엔 더 좋다.

능선을 따라 가는 둘레길 말고는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이 20~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정상에 바로 올라 탁트인 풍경을 보겠다면 약천사에서 오르는게 가장 빠르다.

약천사에 먼저 들었다. 고려시대 절터로 알려진 자리에 1932년 중창한 사찰이다. 원래 법성사였던 절 이름을 약사여래불을 상징하는 '약'과 약수 샘을 의미하는 '천'자를 따서 약천사로 고쳤다. 이 절에서 볼만한 것이 높이가 13m나 되는 거대한 청동 좌불상이다. 2008년 남북통일을 염원하며 만들었다는 '남북통일약사여래대불'이다. 왼손엔 약병을 오른손에는 환약까지 들고 있다. 약사여래불은 투툼한 입가에 인자한 미소를 띠고 오가는 이들을 내려다본다.
심학산 정상에서 마주한 일몰은 한강 끝 최고의 풍광을 선사한다. 한강너머 김포의 산줄기로 일몰이 시작됐다.

심학산 정상에서 마주한 일몰은 한강 끝 최고의 풍광을 선사한다. 한강너머 김포의 산줄기로 일몰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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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마시고 병을 고쳤다는 약수 한 바가지를 마시고 산을 올랐다.
땀방울이 맺힐 만하자 정상에 닿았다. 팔각정이다. 유장하게 흘러가는 한강 하류 물줄기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득한 서울 쪽 상류에서부터 일산대교와 김포 들판,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거쳐 임진강 하류까지 거침이없다. 물길 너머 북한 개풍땅의 건물들이 또렷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맑은 날엔 강화도 쪽 산들과 영종대교, 그리고 개성 송악산까지 선명히 눈에 잡힌다"며 자랑한다. 이뿐이 아니다. 눈을 뒤로 돌리면 일산과 교하신도시 일대의 거대한 아파트 숲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그 너머로 북한산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솟아 있다. 산 높이를 생각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장쾌한 조망이다.

정자 바닥에 설치한 동판엔 파주 지도를 그리고, 심학산에서 주변 주요 도시들까지의 거리를 적어 놓았다. 개성이 35㎞, 인천은 42㎞, 의정부는 29㎞다.

땅거미가 찾아온다. 한강물도 조금씩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간다. 한강 건너 김포 쪽 산줄기로 일몰이 시작된다. 산 위에 걸리기 직전 가장 화려한 풍경를 보여주는 심학산 일몰. 하지만 이날은 구름이 야속할 뿐이다. 구름속에서 얼굴을 내밀다 또 다시 들어가더니 어느순간 장엄한 빛줄기를 토해낸다. 눈부시게 쏟아지는 빛내림에 카메라 셔터소리가 요란하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합수지점 넘어 북한쪽 개풍군이 아스라이 들어온다. 앞쪽에는 자유로가 이어지고 오른쪽 끝에 통일전망대가 있다.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합수지점 넘어 북한쪽 개풍군이 아스라이 들어온다. 앞쪽에는 자유로가 이어지고 오른쪽 끝에 통일전망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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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학산이 비록 낮은 산이긴 하나 들판 한가운데 솟은 까닭에 정상에서 부는 바람은 매섭다. 낮은 산이라 만만하게 보지말고 외투와 방한용품을 잘 챙겨야한다. 약천사쪽 하산은 가파른 계단길이라 눈이 오면 조심해야한다.

심학산은 찾았다면 파주출판단지와 아울렛도 빼놓을 수 없다. 심학산에서 걸어 5~10분이면 가 닿는다.

오전엔 출판단지 북카페에서 커피 한 잔에 원하는 책도 마음껏 본다. 점심은 바로 옆 대형 아울렛에서 쇼핑을 즐긴다. 늦은 오후에는 심학산 둘레길 숲 산책을 하거나 정상에서 일몰구경을 하면 된다. 하루가 이토록 알찰 수도 있구나 싶은 여행지다.

내려서는길, 교하신도시 회색 아파트 숲에 걸린 보름달도 붉다. 심학산에서 보여주지 못한 해가 보름달로 되살아 난 듯 둥글고 아름다운 달빛이 도드라지게 빛난다.
파주출판단지의 풍경

파주출판단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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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자유로를 탄다. 파주 출판단지로 내려선다. 출판단지를 통해 심학산 등산로 입구로 간다. 서패리 돌곶이꽃마을, 약천사, 동패리 교하배수지 입구의 주차장을 이용한다. 둘레길을 걷자면 교하배수지 쪽으로 가는 게 좋다. 어느 코스를 택하든 중간에 만나게 된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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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파주출판단지의 각 출판사들이 마련한 매장 겸 도서관들에 들러볼 만하다. 출판단지 안 응칠교 다리 옆엔 단지내의 유일한 한옥이 있다. 정읍 산외면 오공리에서 옮겨와 복원한 조선 후기 한옥의 사랑채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오두산통일전망대, 헤이리예술마을, 파주영어마을, 파주프리미엄아울렛, 화석정 등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평화누리공원의 파란하늘에 떠 있는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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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임진각 철조망

남북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임진각 철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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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심학산 주변에 맛집이 많다. 약천사 입구 산뜨락곤드레(031-947-5225)는 곤드레나물밥과 흑임자ㆍ서리태칼국수를 맛나게 낸다. 오솔길(031-945-1555)은 산채보리밥과 콩비지백반이 맛나다. 심학골옻닭(031-943-2011)은 토종닭백숙 전문점. 뚝배기에서 끓여내는 옻닭은 속이 후끈 달아오르는 국물과 찰진 육질의 고기가 좋다. 숲속의정원(031-942-8686)과 산내들(031-943-6775)은 퓨전 스타일의 한정식집이다.
아이들과 함께 한다면 파주NFC와 헤이리예술마을 중간쯤에 있는 중식당 최고야(사진 031-957-9819)도 강추.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탕수육 맛이 그만이다. 전국 5대짬뽕으로 불리기도 하는 해물짬뽕도 푸짐하고 맛나다.
해물짬뽕

해물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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