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오는 20일 개봉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영화 '액트 오브 킬링'은 학살의 가해자들이 스스로 '살인(Killing)'을 '재연(Act)'하는 다큐멘터리다. 보통 대규모 학살의 기록은 후대에 와서 은폐되거나, 피해자들이 힘겹게 증언하는 형식을 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가해자들이 살인의 후일담을 자랑스럽게 끄집어낸다. 그 비인간성과 과감함이 일단 놀랍다. 당시의 끔찍했던 폭력이 지금까지도 공공연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놀랍다. 무엇보다 국가영웅으로 추앙받으며 부유하게 잘 사는 가해자의 현재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도 놀랍다.
1965년 쿠데타로 집권한 인도네시아 군부정권은 '반공'을 명분으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많은 이들이 공산당이라는 혐의로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당했다. 말이 '공산당 박멸'이지, 무고한 시민들도 손에 잡히는 대로 죽였다. 중국인들도 그 희생자 명단에 포함됐다. 최소 100만명의 시민이 처참하게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숙청은 1966년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프레만'이라는 청년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국가적 살인을 거들었다.
할리우드 영화광이었던 '안와르'는 자신의 이야기를 화려한 서부영화처럼 만들기 위해 촬영에 적극적으로 임한다. 살인의 기억을 떠올리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피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목에 전선줄을 묶어서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면서 '안와르'는 학살의 공간에서 스텝을 밟고 춤추며 노래부른다. 하늘하늘한 초록의 셔츠와 잘 다려진 흰 바지, 폼나는 선글라스가 마치 소풍을 나온 듯하다. '안와르'와 그의 동료들은 "우리가 제일 잔인했다"며 앞다투어 자랑한다. "전쟁범죄는 승자들이 규정한다"는 그들의 논리에 누가 반문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영화 속 영화 촬영이 진행되면서 '안와르'의 심경은 복잡해진다. 자신의 목에 전선이 감기고, 목이 잘려나가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문득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다. "내가 예전에 고문했던 사람들도 기분이 저랬을까요? 내가 정말 죄를 지은 건가요?" 그가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적어도 그 시점에서의 '안와르'는 충분히 혼란스러워보인다. 그러나 그 감정이 단순한 혼란스러움을 넘어 후회나 반성으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안와르'만큼이나 마음이 복잡해질 것이다. 충격과 공포, 한숨과 탄식, 아픔과 괴로움 등의 감정이 뒤범벅된다. 과연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으며, 어디까지 어리석을 수 있을까.
'액트 오브 킬링'이 세상에 공개되자 전세계 영화인들이 이 문제적 다큐멘터리에 열광했다. 제86회 아카데미시상식 장편다큐멘터리에 노미네이트됐고,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파노라마 부문 관객상, 에큐메니컬심사위원상 등 2관왕을 차지했다. 2014년 영국아카데미시상식 최우수다큐멘터리상, 제39회 텔루라이드영화제, 제3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전세계 70개가 넘는 영화제에 초청되고 수상하는 쾌거를 일궜다. 그리고 오펜하이머 감독은 끝내 피해자들의 입장을 담은 속편 '침묵의 시선'을 완성했고, 이 작품으로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20일 개봉.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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