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확 늘었지만 창투사는 울상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정부의 벤처활성화 대책 등에 힘입어 국내 벤처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어려움을 겪고 있는 창업투자회사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성이 높은 벤처투자 특성상 제때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3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벤처투자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1조7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 들어서야 벤처투자 누적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해서 한 달 가량 시기가 앞당겨졌다. 투자 기업 수도 619개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몇 년 째 국내 벤처투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까닭은 미래창조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 등 벤처기업 활성화 정책에 따른 정부 지원펀드가 활발히 결성되면서 투자조합 결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같은 투자 증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벤처업계로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정작 이를 굴리는 창업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탈업체들의 수익성은 좋지 못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증시에 상장된 창업투자회사 중 최대 규모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이 32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38억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약 13억원에서 6억원으로 50% 가량 줄었다.

적자인 상장 벤처캐피탈 업체들도 더러 있었다. 엠벤처투자의 경우 상반기 영업수익이 17억원이었지만 영업적자가 10억원을 기록했다. 에스비아이인베스트먼트의 경우에는 올해 상반기 34억원의 영업수익에 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벤처 육성 정책으로 인해 업계에 들어오는 자금이 늘어나고 있지만 벤처 특성상 투자 위험도가 커서 회수하는데 시간이 걸리며 손실도 많이 보는 편"이라며 "창업투자회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벤처의 증시 상장 요건을 완화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