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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기계와의 경쟁

최종수정 2014.10.23 12:45 기사입력 2014.10.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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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아이가 곧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자, 가끔씩 입시설명회니 학원설명회니 하는 곳에 가보게 됩니다. 설명회마다 제각각 아주 공들여 만든 자료를 보여주지만, 핵심은 사실 거의 같습니다. 엄청나게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없으며 경쟁이 생각보다 훨씬 치열하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뜨겁게 경쟁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그래서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한 직업을 가지면 행복해지는 걸까요? 제 주변에는 그런 좋은 직업을 가진 이들이 꽤 많습니다만, 적어도 편하게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야근과 주말근무를 반복하는 사람들은 아주 많고요. 노동강도는 점차 강해진다고들 합니다.

좀 김빠지는 소리로 하면, 치열하게 공부하면 고단하게 살게 될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그런데 길게 보면 이보다 더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우리가 괜찮다고 여기는 직업의 상당수를 곧 기계에 빼앗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작년에 나온 한 연구는 약 20년 이내에 현재 직업의 47%를 인공지능과 컴퓨터에 빼앗긴다고 예상했습니다. 콜센터 상담원을 지능형ARS가 대체하는 것은 이미 경험하고 있고,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트럭기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것도 쉽게 예측이 가능한 일입니다. 회계사나 변리사와 같이 자료를 모으고 분석해서 대안을 도출하는 전문 직업도 크게 줄어들리란 것이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심지어 의사도요.

믿기 어렵다면 왓슨(Watson)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의 최근 활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2011년 유명한 퀴즈쇼 '저파디'에서 인간을 누르고 1등을 하더니, 최근 몇 년 동안은 존스홉킨스와 슬로언 등 미국 주요 의대에서 공부(!)하고 이제는 의젓한 의사 노릇을 하는 중입니다. 왓슨이 뛰어난 의사가 되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암에 대한 지식은 최근 너무 늘어나서 모두 익히려면 매주 약 200시간 가까이 논문만 읽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인간 의사도 암과 관련된 최신 지식을 모두 알고 진료에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왓슨은 암뿐 아니라 거의 모든 최신 의학지식을 실시간으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암 진단이나 적절한 치료법을 발굴하는데 있어 보통 의사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 예측되는 일들은 현재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하는 일과 크게 겹칩니다. 현재 사회의 중간계층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실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고, 결국 사회의 극단적인 불평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습니다. 어찌 보면 장기적으로는 피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또, 반드시 비관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술적인 격변은 반드시 새로운 일자리를 또 만들어냈기 때문에, 사라지는 직업만큼이나 새로운 직업들이 속속 생겨나 극소수만 일하고 대부분 실업 상태에 놓이는 따위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보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는 거시적인 시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산업혁명 시기 새로운 일자리는 물론 많이 만들어졌으나 사회의 중심을 이루던 농민들은 땅을 빼앗기고 도시의 노동예비군으로 전락해 비참한 삶을 감당해야 했으니까요. 변동을 겪어내는 개인에게는 매우 참혹한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라서 인공지능과 경쟁할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있는 것일까요? 산업화 시대와 똑같은 교육과정을 배우면서 옆 사람과 경쟁해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체득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기계에 대체되지 않는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오늘도 밤 늦게까지 불 밝혀진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를 지나면서 조금 한숨을 쉽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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