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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韓 과학의 '민낯'…어두침침하다

최종수정 2020.02.04 17:56 기사입력 2014.10.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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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과학계의 현주소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관장과 직원 간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이공계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학업을 포기한 학생들은 의·약대에 재입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없었다. 값비싼 연구 장비가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과학계 고위직 30% 정도가 최근 줄었다.

우리나라 과학계의 현 주소이다. 올해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들이다. 과학계의 민낯을 드러냈다. 창조경제를 위해 과학계 부흥을 약속했는데 현실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과학계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악순환'만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
◆미래부, 과학계 출신 인사 대폭 줄었다= 미래부 고위직에 과학계 출신 인사를 30% 빼고 방송통신위원회 출신으로 채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미래부 직원의 부처 출신별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교육과학기술부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신의 4급 이상 공무원이 출범 당시보다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미래부 출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신의 4급 이상 공무원은 총 67명이었다. 교과부 46명, 국과위 21명 등이었다. 1년 반이 지난 현재 47명(교과부 42명·국과위 5명)으로 30% 이상 줄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과학계 인사가 맡았던 제1차관에 이석준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 왔다. 과기계에 대한 소외가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전 의원은 "창조경제의 실현은 과학기술의 인프라와 함께 우수한 인재를 챙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에서 소외시켰다는 인식이 들지 않게끔 해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관장 연봉은 고공, 직원 연봉은 저공= 연구에 있어 누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이들은 현장에서 연구하는 연구원들이다. 연구원들에 대한 처우 없이는 과학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임금체계는 '부익부 빈익빈'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기관장 연봉이 7.6% 느는 동안 직원은 2.7%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최민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로부터 제출받은 연구회 소속 25개 출연연의 연봉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기관장 평균연봉은 1억3066만원, 2013년 1억4059만원으로 2년 동안 7.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직원 평균연봉은 7709만원에서 7918만원으로 2.7% 증가하는데 그쳤다. 과학기술 출연연의 임금 상승도 '상후하박'의 경향을 띠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승률의 차이는 실제 금액에서는 더 큰 차이로 나타난다. 예컨대 기관장 연봉이 993만원 올랐을 때 연구원 연봉은 209만원 오르는 데 머물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 현장을 지키고 있는 연구원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물론 액수만을 놓고 모두 평가할 수는 없는데 임금 상승률의 큰 차이는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최 의원은 "1억4000만원이 넘는 고액연봉을 받는 과학기술연구기관 기관장들이 자신의 임금을 올리는 덴 적극적인 반면 직원들의 임금 상승에 소홀한 것은 염치없는 일"이라며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공계 포기하고 의·약대로 간다= 서울대 이공계 학생과 카이스트 학업 포기자 15%는 의·약대에 재입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석사 과정에 들어가는 진학자의 19%는 의·치대와 로스쿨에 입학하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홍의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본 결과 최근 3년 동안(2011~2013년) 학사 기준 서울대 공대·자연대와 카이스트의 학업 중도 포기자 496명 중 72명(14.5%)이 의학전문대학원과 의과대학, 약학대학에 재입학했다고 발표했다.

홍 의원은 "이공계 인재 일부가 의대나 로스쿨로 이탈하는 것은 국가적 손해"라며 "이공계 이탈자를 줄이기 위해 학생과 연구 인력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공계를 전공하던 학생이 학업을 포기하는 데는 과학계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등이 하나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기초과학 투자 없는 우리나라= 1990년 미국은 'Decade of the Brain(뇌연구의 10년)'이란 법안을 공포했다. 뇌연구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에서 지금은 자선사업가로 활동 중인 폴 알렌은 2003년 3억달러의 기부금을 출연해 설립한 알렌뇌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비영리연구소다.

반면 우리나라 뇌과학 실정은 암울하다. 미국의 뇌연구 투자액 대비 2%에 불과하다. 물론 지난 4년 동안 관련 예산이 1.7배 증가했다. 투자뿐만 아니라 뇌를 둘러싼 기초연구는 물론 민관 협력체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은 "국내 유일의 뇌연구 출연연인 한국뇌연구원이 설립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뇌연구 관련) 정부의 투자는 미국의 160분의 1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초과학은 당장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먼 미래를 위해 반드시 투자해야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런 인식은 여전히 국내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곳에만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값비싼 연구 장비, 놀고 있다= 값비싼 연구 장비가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우상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013년 8~11월 354개 기관 5만7000여점의 국가 연구시설 장비 관리 실태 조사 결과표를 제출받아 분석해 보니 146개 기관이 관리점수 평균 60점 이하(100점 만점 기준)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연구 장비 2만770점,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776억원에 해당하는 과학기술 연구 인프라가 부실하게 운영·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첨단 고가 연구시설이 운영인력이 없어 방치되고 있거나 사용 목적을 상실해 5년 이상 창고에 방치된 장비 등 총체적인 연구시설 장비 관리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정부가 연인원 500명, 예산 2억9000만원을 투입해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관리부실을 파악해도 적절한 행정조치를 미루는 것은 무사 안일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도 관련 기관으로 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423억원을 들여 사들인 404개 과학 관련 장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올해 정부 출연연 연구 장비 중 유휴장비는 총 404개(저 활용 장비 233개·유휴장비 171개)로 나타났다. 이들 장비를 구축하기 위해 투입된 예산은 총 423억 8900만원에 달했다. 저 활용 장비는 연간 장비 가동률이 10% 미만을 말하고 유휴장비는 6개월 이상 가동 정지된 장비를 말한다.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우리나라 과학의 현주소는 어둡다. 언제까지 이 어둠 속에 있어야만 할까.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지금 시작할 때 우리 미래 세대는 분명 더 좋은 과학 인프라와 시스템 안에서 속도를 낼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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