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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보고서 55] 21. <끝> "소녀를 지켜라" SNS 사투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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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묵은 위안부 문제, 시민단체들이 보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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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단체들간 얼굴 보기도 힘든 열악한 상황
서로간의 효율적인 소통과 협업 시스템 필요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추석 연휴인 지난 10일 서울 종로 주한일본대사관 앞에는 어김없이 수요집회가 열렸다. 1992년 1월 처음 개최된 이래 1143번째다. 세계에서 가장 장기간 지속된 시위로 기네스북에 오른 수요집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오랫동안 미결된 채 남아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날 집회에는 항상 자리를 지켰던 길원옥 할머니가 건강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새벽에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협의회(이하 정대협) 상임대표는 "할머니들에게 시간이 절박한 게 사실"이라며 "한국 정부와 사회가 할머니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에 남겨진 과제는 무엇이고, 관련 시민단체의 운동과 피해자 할머니를 위한 지원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위안부 보고서 55'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윤미향 정대협 대표,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 안이정선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 김정화 남해여성회 대표 등 시민단체 대표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시민단체의 '위안부 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나.

▲안신권 소장(이하 안)= 민간단체는 아시아 각국의 피해자, 관련단체들과 연대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미국법정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해외 기림비와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통해 다각적으로 일본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특히 국제 연대와 공조를 통해 세계가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국제적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윤미향 대표(이하 윤)= 지금까지 국제적인 압박을 활용한 위안부 운동을 했다면, 앞으로는 변화를 향한 일본 국민들의 열망을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즉, 일본 국민이 주축이 돼서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최근 우익화로 치닫는 일본 정부에 맞서 대항하는 시민단체들이 늘고 있다. 이 운동을 지원하면서 내적인 압력을 만들어가야 한다. 일본 사회 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의식을 공유, 계승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와 공조하는 일본의 여성단체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교육 운동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경희 대표(이하 이)= 지금까지 국내 위안부 운동은 정대협이 선도적으로 열심히 해왔다. 앞으론 지역 단체들과 온 국민이 함께 관심을 갖고 운동을 확장시켜 나가는 게 숙제다. 그러려면 먼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시민단체와 대중들의 인식 차이를 줄여야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를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위안부 제도의 뿌리는 전시에 여성의 몸을 도구화한 관습과 가부장적 문화였다. 우리는 '인권단체'고, 위안부 문제도 명백한 인권문제, 그 중에서도 여성인권의 문제다.

-정부부처ㆍ전문가 집단과의 협력도 필요할 것 같다.

▲안이정선 대표(이하 안이)= 현재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여러모로 소외당하는 아쉬움과 어려움이 있다. 일본 정부에 대응하려면 먼저 국내 관련 단체들의 횡적 연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외교부와 여성가족부,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연구자들의 효율적인 소통과 협업 시스템이 절실하다.

▲김정화 대표(이하 김)= 지역 시민단체들은 서로 얼굴 보고 만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다. 단체별로 사업을 추진할 때 통일적인 전문가 집단과 함께 '민관 협의체'를 구성한다면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비약적인 성숙도 기대해 볼 만하다.

▲윤= 민관 협력체 구성에는 반대한다. 민간단체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다르다. 단체들이 각자 세운 목적대로 그 영역 속에서 활동을 열심히 하고, 큰 사업이 있거나 이슈가 발생해 연대해야 할 때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서 임시로 모여 논의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해야 하는 조직이 비정부기구(NGO)다. NGO가 철저하게 독립성을 보장받고, 공정성 있는 활동을 해야만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안= 일반 대중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플러턴 시의회에서 소녀비 건립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3대 2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됐다. 당초 압도적인 득표수로 통과될 거라고 예상했으나, 일본계 미국인들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에 항의하는 여론을 형성한 결과다. 우리 국민들도 이런 사안이 터졌을 때 소녀상 설립을 반대하는 반역사적ㆍ반인권적 주장에 맞서 설립 정당성에 대한 어필과 지지, 응원 등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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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국제 외교 공조 등 적극적인 자세 필요
피해자들과 지원단체에 대한 관심 아직 부족해


-위안부 문제를 다음 세대에 알리고, 운동을 계속 이어나가려면.

▲이= 창원시 내 피해자 추모비 설립을 위한 모금액은 80%가량 달성됐다. 건립 장소를 확정하기 위해 시·구청과 지역 주민들과 논의를 해나가고 있다. 내년 3월8일 '여성의 날'에는 지역 작가들이 창작한 추모 조형물이 세워질 예정이다. 경남지역에는 위안부 역사관 설립을 추진 중이다. 민간단체가 역사관 건립 비용을 모두 조달하는 건 어려워 경남도와 손을 잡았는데 일시 중단된 상태다. 교육기관이나 지방정부와 재협상을 해야 한다. 역사관이 세워지면 위안부 문제가 인권 의식 향상의 디딤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안이= 2009년 말 위안부 역사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지난달 말 드디어 역사관 착공식 행사를 열고 첫 삽을 떴다. 청소년들의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기획전시, 문화·예술 활동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안=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교재를 나눠주고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언어로 된 홍보물을 만들어 전 세계에 배포해야 한다. 나눔의집은 올해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설계해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을 확대 증축하고, 추모관과 인권센터를 신축할 예정이다. 또한 추모공원을 조성해서 홀로코스트 박물관 같은 세계적인 인권과 역사교육의 장소로 만들 방침이다.

▲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지방의 경우 기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안에 위안부 자료관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청소년 역사교육이나 인권캠프 등으로 연결해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선 교사들도 위안부 문제 해결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도록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생존 할머니 55명에 대한 복지 서비스와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안= 고령의 피해 할머니들은 절대적으로 전문가와 전문시설의 보호가 필요하다. 가족들의 보호와 수발은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으나, 전문적인 케어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독거 생활을 하는 피해자들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문 시설 입소가 불가능한 피해자를 위해 의료 봉사를 원하는 의사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왕진 서비스를 실시해야 한다. 앞으로 나눔의집에는 대일 항쟁기 피해자나 유족, 또 다른 여성인권 피해자까지 모셔 광범위한 인권 침해 피해자들을 보살필 계획이다.

▲김= 할머니들의 거주지 문제에 관해선 무엇보다 본인의 의사나 의지가 정확히 반영돼야 할 것이다. 특히 고향에서의 옛 기억과 추억을 향유하려는 할머니의 의지를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 행정 편의나 예산 절감, 효율적 관리 등의 이유로 집단 주거 시설에 거주를 권유하는 것은 자칫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다.

▲이= 피해자들의 눈높이와 형편에 맞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단지 지원금 얼마를 통장에 꽂아주는 방식이 아니고, 이분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그들의 눈높이에서 고민해야 한다.

▲윤= 이제 할머니들의 경제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안정이 됐다고 본다. 정부 지원금과 시 예산으로 1인당 한 달에 약 150만~250만원이 제공되고, 간병비와 건강치료비도 따로 나온다. 그보다는 할머니들이 겪는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 '내가 살아있을 때 문제가 해결될 날이 올까' 하는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할머니들의 외로움, 고독감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뵙고 말벗이 돼주거나, 정성어린 선물로 위로한다면 조금은 해결되지 않을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윤=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공조 외교를 이끌어 내거나, 이 문제를 중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특히 중재위 회부는 2011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무화된 조항이다. 헌재 판결 1, 2주년 때 정부는 '중재위 회부 준비를 마치고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는데, 진짜 준비된 게 맞는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입증하고, 일본이 그 책임을 인정토록 진상조사를 해서 한일 정부 간의 평행선 상태를 벗어날 돌파구 찾아야 한다.

▲이= 그동안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부가 뒷짐지고 있으니 민간단체가 나설 수밖에 없던 것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같은 시민단체에는 국가보조금이 대폭 지원되는 반면 위안부 단체는 그렇지 못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련 부처의 인식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994년 성폭력 특별법 제정 당시 성폭력 상담소의 인건비, 운영비 등을 국가가 책임진 바 있다. 그런 면에서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시민단체에 보다 큰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안= 정부의 위안부 문제 담당 공무원을 순환직이 아닌 고정직으로 배치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또한 국가 차원의 연구소를 만들어서 지속적인 국내외 자료 발굴과 연구를 하고 해외 연구 단체와도 지속적으로 교류해야 한다. 한일외에 제3국이 참여한 '국제전문가위원회'를 만들어 전문적인 협상과 더불어 향후 일본이 전향적인 자세로 제안을 해올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위안부 보고서 55' 온라인 스토리뷰 보러가기: http://story.asiae.co.kr/comfortwomen/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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