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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보고서 리뷰]'TV에 위안부 이야기 나오면 눈 감고 입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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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피해 할머니 증언⑥

하○○ 할머니.

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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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주상돈 기자, 김민영 기자, 김보경 기자] #51. 하○○ "끔찍했던 위안소 기억 지우려 술에 의지해"

하○○ 할머니의 증언집은 따로 없어서 정확한 동원시기나 장소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하 할머니는 충남 서산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 근처에 딸이 살고 있어 이틀에 한 번씩 할머니를 찾아뵙는다고. 당뇨를 앓고 있는 할머니는 지난해 보름 가까이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3년 전에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바보가 다 됐다'고 속상해 하는 하 할머니. 저혈압과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온전한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어렵다.
지난 4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한 나들이에서 할머니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예전에 우리가 그곳(위안소)에 갔을 때 매일 울고 있으니까 군대에서 보급으로 나온 술을 줬다"며 "그때 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렇게 막걸리 한 잔에도 위안소의 기억은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사진을 찍고 호박엿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작별 시간이 다가오자 다른 할머니가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3년 만의 짧은 만남에 이별이 아쉬워서였다.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다시 만나자."

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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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하○○ '일본에 있는 언니 집에서 강제 동원'

1922년에 태어난 하○○(92)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피해 기간 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일본에 있는 언니 집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 어머니가 보고싶어 울었더니 한 아주머니가 '한국에 데려다주겠다'며 데려간 곳이 일본의 한 공장이었다고 한다. 하 할머니는 이곳을 거쳐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다. 야전병원에서 간호와 잡일을 하기도 했다.

하 할머니는 현재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며 아들 내외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하 할머니는 살고 있는 곳 인근 경로당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화투를 치며 하루를 보낸다.

함○○ 할머니.

함○○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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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함○○ '열두살 때 담임선생님이 근로정신대 권유'

함○○(82) 할머니는 12세인 1944년 7월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다. 서울 창신국민학교에 다녔던 할머니. 6학년 초에 강당에서 일본 홍보영화를 관람한 뒤 일본에 가고 싶은 사람은 지원하라고 했다고 한다. 당시 담임선생이 집안 환경이 어려운 함 할머니에게 지원을 권유했다. 이때 5~6명 정도가 '근로정신대' 명목으로 차출됐다. 위안부 피해 기간과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서울 노원구에 거주 중인 함 할머니는 82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동안의 외모를 자랑한다. 외모만큼 젊게 사는 함 할머니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영화를 보러 다니기도 한다. "남들을 돕고 살아야한다"는 함 할머니는 교회 목사님의 권유로 지난해에 시신기증을 결정하기도 했다.

황선순 할머니.

황선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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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황선순 '초기 치매 증상에도 그날의 기억은 또렷해'

전라남도 화순이 고향인 황선순(88) 할머니는 19세쯤에 공장에 소개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됐다.

현재 황 할머니는 고향에서 아들 내외와 남은 생을 보내고 있다. 방 한 켠에는 대상포진과 빈혈, 신장, 심장 관련 약이 가득 쌓여있다. 점점 노쇠해져가는 황 할머니는 "살아있는 동안 일본정부가 사죄하는 것을 보고 싶다"거나 "그래 그 일본놈들은 언제 사과를 하나" 등의 말을 자주한다.

아들이 잠시 밖에 나가려고 하면 '우리 집' 찾아간다며 밖으로 나가는 통에 할머니 곁에서 꼼짝을 못한다고 한다. 초기 치매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할머니는 여전히 당시 타고 갔던 일본군의 배와 비행기 이름을 정확하게 얘기할 만큼 그날의 기억만큼은 또렷하다고 한다.

박○○ 할머니.

박○○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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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박○○ 'TV에 위안부 이야기 나오면 눈 감고 입 닫아'

55명의 생존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 가장 늦게 피해자 신고를 한 경북의 박○○(92) 할머니는 지난달 공식 피해자로 최종 등록됐다. 박 할머니가 피해자 등록을 정부에 신고한 것은 지난해 10월. 10개월의 심사 끝에 현재까지 마지막 피해자로 등록된 것이다. 피해자 추가 등록은 지난해 1월 이○○ 할머니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치매기가 있어 진술이 정확치 않았으나 할머니 동생의 진술이 신뢰도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치매가 심각해 남자조카만 알아볼 정도다. 신변 노출을 극히 꺼려하는 박 할머니는 현재 한 요양병원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할머니는 텔레비전에서 '위안부' 이야기가 나오면 눈을 감고 입을 닫는다고 한다.

◆그리고, 더이상 증언하지 못하는 할머니들, 최근 2년새 12명 잇따라 별세

지난 6월 작고한 배춘희 할머니를 비롯해 최근 2년간 12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잇따라 별세했다.

지난 1월 생을 마감한 황금자 할머니는 13살 때 일본군에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강요받았다. 광복 후 한국에서 살기 시작한 황금자 할머니는 폐지를 모아 번 돈 1억원을 장학금으로 내놓는 등 선행에 앞장섰다.

지난해 8월 눈감은 이용녀 할머니는 6세 때 위안부로 끌려가 미얀마에서 성노예로 갖은 고초를 겪었다. 같은 달 돌아가신 최선순 할머니는 "아버지의 약을 사러 장에 나갔다가 일본군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다"고 사망 전 녹음기록을 남겼다. 3년간 위안부 생활은 아편에 중독될 정도로 고됐다고 최 할머니는 전했다. 같은 해 1월 별세한 황금주 할머니는 20세 때 '일본 군수공장에 가서 3년 계약으로 일해야 한다'는 통지를 받은 주인집 큰딸 대신에 중국 길림에 있는 군부대로 끌려갔다. 할머니는 생전 수요집회에 참가해 "내 청춘 돌려달란 말이다"라고 절규했다.

2012년에도 할머니들이 잇따라 운명했다. 18세 때 미얀마에서 위안부로 강제동원 된 김복선 할머니, 싱가포르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한 김화선 할머니가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 또 그해 3월에는 나흘 새 2명의 할머니가 별세했다. 18세 때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 무단지방,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고초를 겪은 윤금례 할머니가 노환으로 별세한데 이어 경남 양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암으로 투병하던 배모 할머니도 눈을 감았다.

▶'위안부 보고서 55' 온라인 스토리뷰 보러가기: http://story.asiae.co.kr/comfortwomen/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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