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세금, 옛날처럼 민간업자가 대신 걷는다면?"

최종수정 2018.09.11 06:33 기사입력 2014.09.08 20:51

댓글쓰기

국세청 CI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처럼 현대에는 납세의 의무는 헌법에 명시된 의무다. 세금을 걷는 일도 중앙행정기관의 공무원 몫이다. 그런데 예전에는 정부를 대신에서 민간업자들이 세금을 대신 걷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장단점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고선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개발연구원의 '클릭 경제교육'9월호에 게재한 칼럼에서 "조세행정을 전담하는 정부 조직이 탄생하기 이전에는 조세 징수에 여러 가지 방식이 활용되었는데, 그중 널리 알려진 한 가지 방법은 징세업자(tax farmer)에게 청부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고 교수에 따르면 민간 징세업자(이하 민간업자)들은 정부와 계약을 맺어 조세의 징수를 대리했다. 단순히 징세를 일부 대리하는 개인이기도 했고, 다수의 납세자를 대상으로 거액의 세금 징수에 나서는 대형 조직의 형태를 띠기도 했다. 정부와는 수의계약을 맺기도 했으나, 대부분 적어도 형식적으로나마 공개입찰을 통해 민간업자를 선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양한 종류의 세금에 대해 민간업자에 대한 조세징수 도급(都給)이 이루어졌고, 시대·지역·세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유명한 사람들이 징세업에 종사한 경우도 많았는데, 대표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마태오(Matthew), 프랑스의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Antoine Laurent Lavoisier) 등이 있다.

고 교수는 "민간업자에게 조세 징수를 도급했던 예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대부터 찾아볼 수 있다"고 적었다. 당시 각 도시국가들은 자체 재원은 물론 바빌론(Babylon) 제국에 상납할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거두었다. 세금은 보통 징세업무를 위탁받은 상인들이 매년 초 계약시점에 정부에 선납했고 이후 징세를 대리하는 상인들은 납세자인 백성들에게 세금을 거두어 스스로의 수입으로 삼았다. 보통 선납금액보다 실제 징수액이 더 컸으므로 징세대리업이 성행할 수 있었고, 연초에 선납하는 금액은 징세권에 대한 일종의 권리금과 같았다.
이후에도 민간업자가 징세를 대리하는 경우가 있었다. 기원전 이집트 왕국이 그랬고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텔로나이(telonai), 로마 제국에서는 푸블리카누스(publicanus)라고 불리는 징세대리업자들이 활발히 활동했다. 이후에도 조세징수 도급의 역사는 영국·프랑스·네덜란드·오스만투르크 등에서 지속됐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17세기 이후로 종합 조세징수도급 체제인 페름 제네랄(fermes generales)이 성립했는데, 종합징수인 40인이 징세대리인 연합체를 만들고 국가와 수의계약을 통해 징세업무를 장악하였고,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고 한다.

고 교수는 "옛 정부가 징세업무를 민간에 위탁한 이유는 거래비용을 줄이고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대로 된 지방행정 조직을 갖추기 쉽지 않았고, 화폐경제가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현물 등으로 납부된 세금을 운송하는 데에는 막대한 거래비용이 수반됐다"면서 "정부에서 직접 원거리 징세에 나서기보다는 현지 사정에 밝고 물류와 유통을 담당하는 상인들에게 맡길 때 징세에 수반되는 비용이 절감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간을 통한 징세대리가 종종 가혹한 징수로 이뤄져 납세자의 원성을 자아내기도 했다.민간업자의 폐해는 종종 민란과 폭동의 원인이 되었고, 정부는 이에 대응하여 징세의 민간위탁을 중단했던 적도 많았다. 프랑스의 종합징수체제의 경우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실제로 프랑스 대혁명 기간 동안 종합징수인 38명이 단두대에서 처형됐다.

근대 이후 교통과 통신의 발달과 행정조직 정비로 징세에 수반되는 거래비용이 줄었고 토지조사·일기예보·농업기술의 발달로 조세수입 예측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줄면서 민간 위탁도 서서히 줄게 됐다. 토지세·관세·물품세의 비중이 줄어들고 새롭게 개발된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의 활용이 늘며 세정을 전담하는 국가기구는 특화를 통해 더욱 발전했다.

고 교수는 "요즈음 세무행정은 대개 국가의 임무로 여겨지며 정부에서 직접 수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정부의 업무를 일부 민간에 위탁하며 정부의 규모를 줄이자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징세업무의 일부를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방안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