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등록된 저축은행은 모두 87곳이다. 이 중에서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단일 기준)가 가장 높은 10곳을 보면 HK·모아저축은행 등 국내 대형사 6곳, 외국계 SBI·SBI2저축은행 2곳, 금융지주계열인 한국투자·하나저축은행으로 구성돼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주계열 저축은행은 자산규모가 금융지주 전체 포지션에서 1% 정도 밖에 차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상유지 기조로 저축은행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마이너스도 내지 않고 이익도 크게 보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보니 당국의 예상과는 달리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을 많이 내면 서민을 상대로 고금리 장사를 했다는 비난여론에 처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이다.
BS금융그룹이 파랑새·프라임저축은행을 인수해 영업 중인 BS저축은행은 'KT ENS' 사건에 연루된 후 작년 7월부터 올 3월까지 당기순이익이 126억원 줄어들었다.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은 대부분 당기순이익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우리금융저축은행(현NH저축은행)은 342억원, 신한저축은행 103억원, KB저축은행도 9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대부업계 저축은행의 움직임도 눈 여겨 봐야 한다. 국내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 대부가 예신·해솔저축은행을 인수했고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대부업체 아프로서비스그룹이 10번의 재도전 끝에 예나래·예주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초반엔 섣부른 영업활동을 펼치지 못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대부업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공산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5년 내 대부잔액을 40% 이상 축소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대부업을 폐쇄해야 하기 때문에 저축은행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 또한 대부업체들은 20%대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겠다고 선언한 상태로 실제로 상품이 나오면 저축은행 업계 내 경쟁이 유발돼 전체적으로 대출금리가 낮아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가 구조조정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지역기반을 공고히 구축한 지역 중소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서서히 안정화돼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러시앤캐시, 웰컴 등 대형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업계에 새롭게 진입함에 따라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 등 이른바 '메기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대부업체가 대주주인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과도한 채권 추심, 허위·과장광고 등 부당한 영업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좀 더 감시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