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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 없는 방통위 정책…'올빼미'만 늘어났다

최종수정 2014.06.14 14:44 기사입력 2014.06.1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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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잠을 마다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배회하는 네티즌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보조금이 들쑥날쑥한 탓에 단말기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언제 뿌려질지 모르는 심야 보조금을 기다리는 것이다. 정부의 강한 단속 의지에도 이같은 현상이 계속 일어나자 일각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만 믿고 시장 안정화 방안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이동통신3사간 이뤄진 번호이동은 약 30만건에 달했다. 삼성 갤럭시S5, LG G3 등 최신 스마트폰이 0원에 판매된 9일 오후부터 10일에는 하루에만 10만1199건의 번호이동이 이뤄졌다. 방통위가 시장 과열 기준으로 보는 2만4000건의 4배에 달하는 셈이다.
번호이동 수치는 이통3사가 가입자를 서로 뺏고 빼앗기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보조금이 많이 지급될수록 시장이 과열돼 수치가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

정부가 27만원 보조금 상한선 사수를 강하게 외치자 보조금 대신 통장으로 현금을 돌려받는 '페이백' 방식이 활개를 쳤다. 이를테면 출고가 86만원인 스마트폰에 법정 보조금 27만원을 뺀 59만원에 판 것처럼 전산에 등록하고, 실제로는 남은 59만원은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같은 음성적인 돈거래로 하룻밤에만 1500억원에 가까운 '지하경제'가 형성되기도 했다.

통신사업자들은 정부의 강력한 단속 의지를 비웃듯 불법 보조금을 단발성으로 뿌리고 있지만 방통위는 그 때마다 이통3사 마케팅 담당 임원을 긴급 소집해 '경고'와 '시장 안정화'를 주문한다. 결국 보여주기식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29일부터 불법 보조금 관련 '사실조사'에 들어갔다. 사실조사는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등의 제재를 내리기 위한 조사라는 점에서 단순히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실태점검'보다는 수위가 높은 조치다.

영업정지, 과징금 등 지금까지의 제재 방식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시장 과열을 주도하는 1개 사업자에만 집중 조사한다는 강도 높은 방안도 내놨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실조사 결과에 따라 적용하는 것이 아닌, 이번 조사가 종료되고 다음 사실조사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사실조사 종료 시기와 단통법 시행 시기가 맞아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방통위가 사실상 오는 10월까지는 통신시장을 방치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 사실조사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단통법이 시행될 때까지 시장안정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직전까지는 정부가 영업정지 같은 처분을 무리하게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과열이 극심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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