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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마이애미 전훈 결산-러시아전 맞춤형 전술의 한계

최종수정 2014.06.11 08:51 기사입력 2014.06.1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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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회복훈련하는 축구대표팀.

회복훈련하는 축구대표팀.

"빠른 선수가 있는 상대를 만났을 때는 좀 더 신중하게 수비를 해야 한다."

제임스 아피아(54) 가나 축구대표팀 감독이 브라질로 향하는 한국 축구에 조언한 내용이다. 그는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친선경기(4-0 가나 승)를 마친 뒤 격려와 함께 냉정한 평가를 잊지 않았다.

대표팀 입장에서는 썩 달갑지 않은 분석이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마이애미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린 뒤 지나치리만큼 같은 전술을 반복했다. 수비 조직력을 강화하고 상대의 역습에 대처하는 훈련이다. 18일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맞붙는 러시아를 겨냥한 맞춤형 전술이다.
홍명보 감독(45)과 선수들은 모든 초점을 러시아에 맞췄다. 미드필드와 중앙 수비가 견고한 상대의 장점을 사전에 차단하고 빠른 측면 공격으로 득점을 노리는데 중점을 뒀다.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25ㆍ스완지시티)을 중심으로 주위 동료들이 빈 공간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공을 주고받는데 주력했다. 러시아의 미드필드진이 압박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전제는 정확하고 빠른 패스. 무모한 연결로 중간에 공을 빼앗길 경우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선수들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측면 공격수 손흥민(22ㆍ레버쿠젠)은 "러시아가 역습이 좋고 조직력이 뛰어난 만큼 위험 지역에서 모험적인 패스는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나는 8일 동안 갈고 닦은 전술의 성과를 확인하기 훌륭한 상대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설리 문타리(30ㆍAC밀란), 모하메드 라비우(25ㆍ쿠반 크라스노다르)를 중심으로 공수 간격을 촘촘히 하고 한국이 패스할 틈을 내주지 않았다. 공세로 전환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아사모아 기안(29ㆍ알 아인)을 비롯해 안드레 아예우(25ㆍ올랭피크 마르세유), 케빈 프린스 보아텡(27ㆍ샬케04) 조르당 아예우(23ㆍ소쇼 몽벨리아르) 등 2선 공격진은 빠른 발과 정확한 침투패스로 수비진을 흔들었다. 경기 두 시간 전 내린 비로 젖은 그라운드에서 경기가 열려 볼이 연결되는 스피드도 훨씬 빨랐다. 러시아와의 경기에 대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네 골차 패배가 대표팀을 향한 우려의 전부는 아니다. 모든 실점 장면이 전지훈련에서 강조했던 핵심 사항들과 엇박자를 냈다. 특히 안정감이 최우선인 수비진에서 김창수(29ㆍ가시와 레이솔)는 힘없는 백패스로 선제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미드필드진은 위험지역에서 상대가 자유롭게 슈팅할 수 있도록 경계를 늦춰 세 번째 골을 허용했다. 전술 훈련에서 주문한 내용이 완전히 몸에 익지 않았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선수들이 현지에 도착해 23명이 온전히 훈련한 기간은 사흘이다. 왼쪽 발등을 다쳐 회복에 집중한 중앙 수비수 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를 비롯해 컨디션 저하와 작은 부상 등으로 초반 닷새 동안 결원이 발생했다. 지난달 12일 파주NFC에서 소집 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각기 다른 리그 일정과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선수들이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일찌감치 최종 명단을 확정하고 훈련의 집중도를 높이겠다던 홍 감독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실전경기를 통해 드러난 허점은 조직력의 균열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전술 운용의 단조로움도 극복해야 한다. 대표팀은 4-2-3-1을 토대로 각 포지션별 베스트 11의 윤곽을 잡았다. 그러나 전형의 변화나 파괴력 있는 조커의 활용 방법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별리그 상대국의 전력 분석에 허를 찌를만한 대안이 현재로서는 뚜렷하지 않다. 우리와 다른 조에 속한 가나마저도 "한국의 빠른 측면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며 공략법을 제시하고 경기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튀니지와의 평가전(0-1 패)에서도 수비 라인을 아래로 내려 패스할 공간을 차단하고, 빠른 역습으로 맞서는 상대를 제압하지 못했다.

러시아와의 경기에 모든 초점을 맞춘 마이애미 전지훈련은 가능성 대신 과제만을 확인한 중간점검으로 끝났다. 홍 감독은 "선수들이 짧은 시간 안에 문제점을 인식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평가전 패배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켜보면서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브라질에서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알제리와 벨기에를 상대할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결전지로 향하는 마음이 더욱 무겁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관건이다. 조별리그 첫 경기까지는 이제 일주일 남았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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