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투표율 역대 최저수준, 결과 ‘일반화’ 위험…올해 사전투표제, 투표율 변수로 떠오를 듯
월드컵과 지방선거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4년에 한번, 같은 해에, 특히 6월 전후에 열린다. 이 때문에 월드컵 응원 열기에 묻혀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게다가 한국이 폴란드를 이기고 미국과 비기면서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이 기대되는 상황에 투표를 하게 됐다. 투표일은 6월14일 포르투갈과의 마지막 일전을 앞둔 하루 전날(6월13일)이었다. 결국 이 선거의 투표율은 48.8%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특히 응원열기가 뜨거웠던 서울의 투표율은 45.7%에 머물렀다.
하지만 제3회 지방선거만 보고 '월드컵 열기 고조=투표율 하락'이라는 등식을 도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당시 지방선거의 저조한 투표율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정치불신'을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높다.
4년 뒤 제5회 지방선거는 6월2일 실시됐고, 월드컵은 6월11일 개막했다. 당시 투표율은 54.5%로 제4회 지방선거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결과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의 승리로 끝이 났다. 당시 월드컵에서 한국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월드컵과 지방선거 투표율은 상관관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결정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투표율은 월드컵 등 비정치적 변수보다는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 의식, 선거가 박빙 양상으로 전개되는지 여부 등이 훨씬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어떨까. 올해 월드컵도 지난 두 번의 선거처럼 투표일보다 9일 뒤에 개막한다. 그러나 올해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월드컵 열기가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그 때문에 투표율이 오를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올해 지방선거에 처음으로 도입된 전국 단위 사전투표제가 11.49%라는 '흥행대박'을 거두면서 본선거 투표율도 오를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투표율 예측의 바로미터로 평가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적극투표층' 여론조사 결과는 55.8%로 나타났다. 지난 지방선거 때 선관위 적극투표층 여론조사 결과는 54.8%로 나타났고, 실제 투표율은 54.5%로 조사됐다. 올해는 이미 11% 이상이 투표를 한 상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올해는 투표율 예측이 정말 어렵지만 사전투표제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역대 선거를 보면 월드컵과 투표율이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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