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관광지로서 평창 동계 올림픽이 개최될 동해안은 아쉽게도 상습적인 물 부족 지역이다. 다목적댐에서 공급되는 광역 상수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은 봄철에 빈번한 가뭄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물 순환 해석 기술(SWAT-K)로 이번 폭설을 분석한 결과 올해 영동지역의 겨울 폭설에서 몇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그렇다면 영동지역 눈 폭탄으로 인한 재해를 줄이면서 이를 귀중한 수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폭설을 정확히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레이더와 같은 첨단 기술로 폭설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를 정보기술(IT)과 접목시키는 예보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눈 폭탄 재해에 대비할 수 있다. 예로 눈 폭설이 예상되는 도로에 인부와 장비에 의한 물리적 제설 작업을 준비해 도로에 살포되는 염화칼슘의 양을 최대한 줄여 도로 주변 수질 및 환경오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동해안 지역에 물을 모아두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맞춤형 저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속초 인구의 90%가 주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쌍천 지하댐의 물은 대표적 사례다. 지난 겨울 폭설로 인해 눈이 녹아 만들어진 지하수의 양은 쌍천 지하댐의 하루 공급량인 3만3000t의 17%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따라서 지하댐을 건설해 폭설로 생긴 물을 땅속에 저장해 사용함으로써 매년 되풀이되는 봄철 가뭄에 대비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로 2025년에는 27억명이 마실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기준으로 물 산업은 5000억달러 규모이며 2025년에는 865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의 반도체 시장과 조선 시장을 합한 규모보다 크다. 따라서 영동지역의 폭설은 재해가 되지 않도록 충분히 대비함과 동시에 새로운 수자원으로서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년 대구ㆍ경북에서 개최되는 제7차 세계 물 포럼에서 이를 전 세계에 보여준다면 한국이 글로벌 물 산업에서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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