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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폭설을 수자원으로 활용한다면

최종수정 2014.05.16 11:11 기사입력 2014.05.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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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지난 겨울 폭설로 인해 강원도 영동지역 주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지난 2월6~14일 영동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은 국가재난정보센터 추산 총 270억원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여기에 관광산업이 입은 간접피해까지 고려한다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진다. 그런데 영동지역의 폭설은 과연 재앙만을 주고 간 것일까.

천혜의 관광지로서 평창 동계 올림픽이 개최될 동해안은 아쉽게도 상습적인 물 부족 지역이다. 다목적댐에서 공급되는 광역 상수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은 봄철에 빈번한 가뭄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물 순환 해석 기술(SWAT-K)로 이번 폭설을 분석한 결과 올해 영동지역의 겨울 폭설에서 몇 가지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
먼저 올해 폭설이 내린 시기는 여느 해와 달랐다. 싹을 틔우는 비가 내린다는 우수(雨水ㆍ양력 2월18일)에 비 대신 엄청난 양의 눈이 내렸다. 겨울 막바지에 내린 눈은 춘분이 지난 시점부터 모내기철인 5월 중순까지 계속 녹는다. 이로 인해 하천으로 흘러내리는 물의 양은 평년에 비해 약 2배 정도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폭설로 인해 땅속으로 스며든 물의 양도 평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해 4월 말까지 약 40㎝만큼 지하수의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측됐다. 농사비가 내린다는 4월 하순의 곡우(穀雨)가 두 달 먼저 찾아와 대지를 적신 것이다. 따라서 올봄에 이 지역은 다른 해에 비해 가뭄 걱정을 덜었다. 더불어 산불 발생이 줄어들고 하천의 수질과 생태계가 개선되는 효과도 생긴다.

그렇다면 영동지역 눈 폭탄으로 인한 재해를 줄이면서 이를 귀중한 수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폭설을 정확히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레이더와 같은 첨단 기술로 폭설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를 정보기술(IT)과 접목시키는 예보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눈 폭탄 재해에 대비할 수 있다. 예로 눈 폭설이 예상되는 도로에 인부와 장비에 의한 물리적 제설 작업을 준비해 도로에 살포되는 염화칼슘의 양을 최대한 줄여 도로 주변 수질 및 환경오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폭설에 따른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의 삿포로나 캐나다 일부지역에서는 도로 밑에 열선을 깔아 눈을 녹이는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쌓인 눈을 빨리 녹이기 위해 지열(地熱)을 활용하는 기술도 소개됐다. 영동지역 교통사고 위험 구간에 적용할 수 있는 효율적으로 눈을 녹일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동해안 지역에 물을 모아두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맞춤형 저류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속초 인구의 90%가 주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쌍천 지하댐의 물은 대표적 사례다. 지난 겨울 폭설로 인해 눈이 녹아 만들어진 지하수의 양은 쌍천 지하댐의 하루 공급량인 3만3000t의 17%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따라서 지하댐을 건설해 폭설로 생긴 물을 땅속에 저장해 사용함으로써 매년 되풀이되는 봄철 가뭄에 대비할 수 있다.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로 2025년에는 27억명이 마실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기준으로 물 산업은 5000억달러 규모이며 2025년에는 865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 세계의 반도체 시장과 조선 시장을 합한 규모보다 크다. 따라서 영동지역의 폭설은 재해가 되지 않도록 충분히 대비함과 동시에 새로운 수자원으로서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내년 대구ㆍ경북에서 개최되는 제7차 세계 물 포럼에서 이를 전 세계에 보여준다면 한국이 글로벌 물 산업에서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우효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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