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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트너의 배신? "대마불사 은행은 모비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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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서 "대마불사 근절은 잘못 판단한 것" 꼬집어
리먼 문제로 버냉키·폴슨과 불화 있었다고 밝혀
"월가 비난 불편했다…볼커룰도 정치적 이유로 동의"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티모시 가이트너 전(前)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사임 후 처음으로 내놓은 회고록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 논란의 주범인 대형 은행들을 '모비 딕'에 비유하며 이들을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이트너는 곧 공개될 회고록에서 재무장관이라는 공직에 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향후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블룸버그>

<출처: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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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은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의 동명 소설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거대 향유고래에 붙여진 이름이다. 주인공 에이허브 선장은 고래잡이 사냥에 나섰다 모비 딕에 한쪽 다리를 잃은 인물로 평생 복수심에 불타 모비 딕을 쫓지만 결국 모비 딕에 목숨마저 잃고 만다.

8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가이트너는 회고록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대형 은행들을 모비 딕, 경제학자와 규제 당국을 에이허브 선장에 비유하며 대마불사를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가이트너는 대마불사를 근절하겠다는 것은 모비 딕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며 이는 돈키호테식의 무모한 짓이라고도 볼 수 없는 아예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이트너가 이처럼 재무장관일 때와 전혀 다른 생각을 드러낸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는 은행의 자기자본 거래를 제한하는 것도 볼커룰에 대해서도 솔직히 반대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순전히 정치적 이유 때문에 볼커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가이트너는 또 월가의 과도한 보너스 등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의 과도한 보너스에 대해 비난할 때 옆에 앉아 있으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불편해하는 월가에 대한 도덕적 비난에 대해 대중들을 설득할 확신이 없었고 그래서 자신이 월가 보너스에 대해 비난해야 하는 내용들을 말해야 할 때는 관련 내용들을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갔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월가를 더 맹렬히 비난하면 할수록 월가에 더 많은 빚을 지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이트너는 또 리먼브러더스 문제와 관련해서는 파산 여부를 논의할 때 당시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물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도 불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가이트너는 뉴욕 연준 총재였다. 가이트너는 당시 폴슨과 버냉키의 참모들은 '정치적 편의(political expedience)'를 위해 리먼브러더스 파산 문제와 폴슨과 버냉키를 떨어뜨려 놓으려 애쓰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결과는 바뀌지 않았으며 폴슨과 버냉키가 당시 좀 더 용기를 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가이트너의 이 같은 입장은 폴슨이 자신의 회고록 '벼랑 끝에서(On the Brink)'를 통해 밝힌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폴슨은 회고록에서 리먼과 같은 대형 은행들 문제에 대한 전략을 논의하는 데에서는 우리는 단합했다고 적었다.

가이트너는 금융위기 이전에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나는 은행의 안전장치를 강화하도록 FRB에 요구하지도, 비(非)은행권 금융업체들의 안전장치를 확대하도록 의회에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초기 패닉 상태가 됐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고 주택 소유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주택 대책도 확대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가이트너는 자신은 재무장관이 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았다며 자신이 재무장관이 되는 것은 아내 캐롤 가이트너에게도 괴로운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재무장관이 되기 전 한 지인으로부터 재무장관은 래리 서머스가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가이트너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냈고 오바마 행정부 1기인 2009년 1월 재무장관에 지명돼 오바마 정부 2기가 출범한 지난해 1월 물러났다. 그는 지난 3월 미 사모펀드 와버그 핀커스에 합류해 현재 사장을 맡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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