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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공감 능력, 정치인 최소한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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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인원 기자]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아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이다. 정 후보는 "제 막내아들의 철없는 행동에 아버지로서 죄송하기 그지없다. 이번 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분들에게 위로가 된다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울분과 슬픔을 두고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이라고 막말을 내뱉은 정 의원의 막내아들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자식을 남겨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정부 책임자들을 향해 울부짖는 부모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대통령에 소리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에 물세례를 하는 미개한 국민'으로 피해자 가족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 그와 비슷한 나이의 청춘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는데 말이다. 아무리 철없는 10대 도련님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지만 이것이 '국민과 다른 세계에 사는' 사회지도층 가족들의 사고방식 아닌가 하는 의문을 사기에 충분했다.
여당의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는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해 당 차원에서 경고 조치를 받았고, 한기호 최고위원은 좌파단체의 정부 전복 작전 운운하며 '색깔론'을 들고 나와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새누리당은 입·행동 단속에 나섰지만 22일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실종자 가족을 선동꾼으로 매도하는 글을 SNS에 올려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인들이 입 버릇처럼 말하는 '국민의 눈높이'는 국민에 대한 공감 능력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참사 후 논란이 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일반인의 상식을 한참 벗어나 있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국민을 감싸 안고 아픔을 달래지는 못할망정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만 한다면, 애써 유지하고 있는 정치권의 침묵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한 전략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입 조심, 행동 조심에 각별히 신경써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참사로 인한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들여다보고 공감하는 법부터 배워야할 때다. 그래야 정치지도자 자격이 있다.



김인원 기자 holeino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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