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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채용 '제 식구 감싸기' 도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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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7급 공채 100% 지역출신으로 뽑아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2년째 은행 취업을 준비 중인 최모씨는 최근 대구은행 신입 행원 지원을 포기했다. 지원자격이 '대구ㆍ경북지역 연고자'로 제한돼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권 취업이라면 지역을 불문하고 준비를 해왔던 터라 타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서류조차 못 내게 하는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지방은행의 '지역 출신 감싸기' 관행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정규직 7급 신입 행원(대졸ㆍ고졸) 서류접수를 마친 대구은행은 신입 행원 입행 자격에 '대구ㆍ경북지역 연고자'를 명시했다. 대구은행은 "지방은행이 해당지역 출신을 뽑아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 공헌과 출신 지역 차별은 별개라는 반론도 거세다.
고용정책 기본법(제7조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를 채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출신지역'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은행은 "법적인 검토를 더 해봐야겠지만 지금까지 관행처럼 지역인재 우대정책을 지속해 왔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방은행의 지역우대 채용은 업계의 관행과도 같다. 지난해 하나은행 충청지역본부는 신입 행원 50명을 100% 지역인재로 채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류 지원부터 타지역 출신의 지원을 원천차단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다른 지방은행 관계자는 "쿼터제라면 모를까 아예 타 출신을 배제하는 것은 좋은 인재 선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행 지원자들도 지역인재 유출을 방지하겠다는 발상이 실질적으로 취업문을 더욱 좁히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대구은행의 경우 대구에서 태어났더라도 초ㆍ중ㆍ고ㆍ대학교 중 한 곳을 대구 또는 경북지역에서 졸업하지 못했다면 지역연고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지방은행의 지역인재 우대 채용관행이 올해 새삼 불거지고 있는 것은 은행권 전체 채용규모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245명을 뽑은 하나은행은 채용규모를 올해 100여명으로 줄였고 상ㆍ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공채를 시행했던 KB국민ㆍ신한ㆍ우리은행의 경우 하반기 채용이 불투명하다. 대구은행도 50명 내외를 뽑는 이번 7급 대졸 전형에 1550명이 몰려 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도 대구은행 채용공고가 부적절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봉환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진로교육학회장)는 "채용시 지역을 한정하는 것은 구직자가 직무능력을 평가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주섭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명분은 이해되지만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지방청을 통해 대구은행 채용에 불합리한 차별은 없었는지 파악중이다. 노동시장정책과 관계자는 "합리적인 이유가 소명되지 않으면 차별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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