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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짝', 일반인 출연자 정신 건강 관리에 무관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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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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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앞둔 나이에도 방송계 이곳저곳에서 러브콜이 끊이질 많을 만큼 여전히 '귀한 몸'인 모 남성 중견 연예인은 최근 유행중인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 제의를 거절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루 온종일 카메라가 나를 지켜본다는 게 너무 싫은 거지. 물론 내보내기 싫은 장면은 PD한테 편집을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찍는다는 그 자체로도 부담스러워."

이어 "방송에 나가든 안 나가든 나를 전부 까발리는 거잖아. 카메라를 의식해야 하는 생활이 가정까지 이어진다는 건 정신적으로 아주 피곤한 일이지. 방송 출연 기회가 많지 않은 동료들에겐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이라고 조심스럽게 귀띔했다.
▶ 망자만이 알고 있다, 그러나…

SBS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 제작 현장에서 한 여성 출연자가 목을 매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지난 5일 발생했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펜션 화장실에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메모가 있었던 것 등을 감안해 자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망자만이 죽음의 진짜 이유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어느 한 쪽에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다. 그럼에도 '짝'으로 대표되는 일반인 출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그동안 일으켰던 크고 작은 논란들을 되짚어보면 제작진이 먼저 비판받아 마땅한 대목은 수두룩하다.
▶ 수시로 불거졌던 출연자 검증 논란

2011년 1월 첫 방송 이후 '짝'은 "평범한 일반 남녀가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연애관과 결혼관을 살펴보고자 한다'는 제작 의도와 상관없이 출연자 선정 과정에서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켰다.
준 연예인이 경력을 숨긴 채 일반인인 척하고, 자신이 운영중인 온라인 쇼핑몰의 홍보를 위해 출연한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또 출연자들의 이른바 '스펙'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같은 문제들은 비단 '짝'에만 해당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막 내린 케이블 채널 tvN '화성인 바이러스'도 비슷한 일로 자주 도마위에 오르곤 했는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제작진은 "출연자 검증에 더욱 신경쓰겠다"고 다짐만 했을 뿐 개선하는 듯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비극은 누구의 책임?

일반인 출연자들의 정신 건강 관리에 부실했던 제작 시스템도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6일 '짝' 관계자는 제작 현장에 심리 상담사가 있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응급 치료가 목적인 팀 닥터는 항상 대동하지만, 심리 상담사는 없다"고 답했다.

낯선 카메라에 자신을 노출시킬 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이성으로부터 선택받고 외면당하는 촬영 과정에서 출연자들이 시달릴 스트레스 관리에는 정작 무대책으로 일관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는 자살 결심을 실행에 옮길 때까지 주변에 아마도 많은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보살피지 않았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제작진 가운데 몇몇은 "죽음의 이유가 프로그램과 상관없는 개인적인 고민이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알고 신경썼겠나"라고 항변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멀쩡했던 젊은이가 촬영 과정에서 심경 변화를 일으켰다면 그것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책임은 오롯이 제작진의 몫이다.

▶ 사람이 먼저인 방송을 보고 싶다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쇼'를 보면 평범하게 살던 주인공이 자신의 존재가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중요 소품 정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을로 위장됐던 거대 야외 세트장을 탈출한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주인공이 받을 정신적 충격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시청률을 올리는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지금 우리 방송계는 '트루먼쇼'를 닮아가고 있다. 프로그램의 목적이고 지향점이어야 할 '사람'이 시청률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듯하다. '사람'이 가장 우선인 방송계 풍토가 아쉽기만 하다.



e뉴스팀 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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