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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본드, 붕괴 전에 발 빼라"…'추락천사' 밀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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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수익채권 시장, 30년간 300% 급성장…"버블 터진다" 위험성 경고 잇따라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정크본드(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의 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밀켄은 미국에서 정크본드를 제도권으로 끌어 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1980년대 초반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집중할 때 그는 정크본드가 투자의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를 통해 정크본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junk) 채권'에서 고수익을 내는 최고의 투자처로 거듭났다.

▲ '트리플 C' 이하 등급 채권 발행 및 비중

▲ '트리플 C' 이하 등급 채권 발행 및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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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0여년간 미 정크본드 시장은 놀라울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1987년 블랙먼데이(증시 대폭락)과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인터넷 기업 주가 폭락) 등의 수많은 악재를 딛고 이뤄낸 결과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러나 최근 들어 정크본드에서 발을 빼라는 전문가들읜 충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부풀대로 부푼 정크본드 시장이 언제 폭삭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크본드, 30년간 승승장구= 정크본드는 수십년 동안 기업의 주요 자금줄이 돼 왔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채권에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었다.

▲투자등급 및 정크본드 수익률 비교

▲투자등급 및 정크본드 수익률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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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 정크본드의 투자수익률은 131%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등급 채권의 수익률 69%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기업들의 정크본드 발행도 매년 급증했다. 1990년대 중반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07조1200억원)를 돌파한 정크본드 발행액은 2000년대 중반에는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금융위기로 발행이 급감했지만 지난 2008년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1차 양적완화 이후 되살아났다. 지난 2012년에는 정크본드 발행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3400억달러를 넘어섰다.

투자금이 몰리면서 최근 정크본드의 금리는 5.1%까지 하락했다. 1년 전에 비해 금리가 0.7%포인트 내려간 것이다. FRB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최근 정크본드 시장도 충격을 받고 있지만 꾸준히 투자금이 유입되는 등 다른 채권에 비해 선전하고 있다.

◇'정크버블' 붕괴 조짐= 전문가들은 그러나 초저금리 기조를 등에업고 과도하게 팽창했던 정크본드 시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크본드에 투자하더라도 그 위험성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미 투자자문사 에드워드 존스의 케이트 완 투자전략가는 "투기등급 기업들의 부도율이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위험 채권의 위험도가 빠르게 오르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시장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 기업들의 부도율이 상승하기 전에 익스포저를 줄이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 기업들의 부도율은 지난달 1.7%로 연평균 4.4%에 비해 크게 낮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러나 이 비율이 연말까지 2.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크본드 시장으로 꾸준히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그 속도도 점차 둔화되고 있다. 미 펀드분석업체 리퍼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로 끝난 한주 동안 정크본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된 투자금은 5억5900만달러다. 3주 연속 투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그러나 14억5000만달러, 8억400만달러가 유입됐던 이전 주들에 비해서는 유입액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미 투자기관 페이든앤라이겔의 사버 모이니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정크본드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더 이상 숨은 보석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지속적인 고수익을 내기 위해서 감수해야하는 위험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출구를 향해 달릴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마이클 밀켄이 정크본드의 제왕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추락한 일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크본드 산업 육성의 선두주자로 억대 연봉을 받던 밀켄은 1990년대 주가조작과 증권사기 혐의를 받고 징역을 살아야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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