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살짝 건드리더라고요. 그런데 이미 끝난 거니까.”
아쉽게 놓친 금메달. 그래도 박승희(22·화성시청)는 굳셌다. 씩씩하게 말했다. “안타깝지만 후회는 없어요. 단거리에서 오랜만에 딴 메달이잖아요.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아리아나 폰타나(24·이탈리아), 크리스티, 리 지안루(28·중국)와 경쟁한 박승희는 준결승 전체 1위에 올라 가장 안쪽 레인에서 출발했다. 스타트 총성과 함께 그는 선두로 치고나갔다. 그런데 우승이 유력해 보이던 순간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다. 반 바퀴를 지난 지점에서 3위에 있던 크리스티가 2위 폰타나를 무리하게 추월하다 뒤엉켜 넘어졌고, 앞서 가던 박승희까지 크리스티의 오른 손에 걸려 넘어졌다. 박승희는 재빨리 일어나 레이스를 재개하려 했으나 균형을 잃고 또 한 번 앞으로 고꾸라졌다. 결국 금메달은 45초263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지안루에게 돌아갔다. 폰타나는 51초250으로 은메달을 챙겼다.
한순간 메달색이 바뀌었지만 의미 깊은 성과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올림픽 500m에서 메달을 차지한 건 박승희가 두 번째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입상권에 진입한 건 전이경(38)뿐이었다.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목에 건 동메달이다. 취약 종목으로 분류되던 500m에서 메달 명맥을 되살린 박승희의 고군분투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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