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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모태범 쇼크', 실망보다 더 큰 건 불안

최종수정 2014.02.13 14:21 기사입력 2014.02.1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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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범[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모태범[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모태범(25ㆍ대한항공)에게 소치동계올림픽은 악몽이 됐다. 유력한 우승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메달 없이 대회를 끝냈다. 주종목인 500m에서 4위(69초69)에 그쳤고, 그에 못지않게 공을 들여 준비한 1000m에서도 12위(1분09초37)에 머물렀다.

▲ 불운
모태범은 1000m 우승후보였다. 초반 폭발적인 스피드에 지구력을 키워 샤니 데이비스(32ㆍ미국)와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됐다. 케빈 크로켓(40ㆍ캐나다) 대표 팀 코치는 장담했다. "모태범은 세계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한다"며 "레이스에 대한 통제 능력이 뛰어나다. 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12일(한국시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경기에서 모태범의 몸은 무거웠다. 500m 부진의 여파가 컸다. 1000m 경기를 끝낸 뒤 모태범은 "영향이 없지 않았다. 기분이 가라앉아 음악을 들으면서 흥을 내려 했는데 이게 최선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편성도 불리했다. 모태범은 19조에서 미국의 브라이언 핸슨(24)과 함께 뛰었다. 세계랭킹 6위인 그는 중거리에 특화된 선수다. 단거리 전문인 모태범과의 초반 경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모태범은 아웃코스였다. 핸슨보다 앞에서 출발해 초반 외롭게 달려야 했다. 김관규(47) SBS 해설위원은 "모태범은 초반 기세가 좋아 인코스에서 레이스를 해야 더 승산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 2%가 부족했다
그러나 외로운 싸움은 예견된 일이었다. 모태범은 그동안 크로켓 코치와 초반 승부를 강조해왔다.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처음 200m 구간에서 좋은 기록을 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600m 구간을 좋은 기록으로 통과한 다음 마지막 한 바퀴(400m)를 버티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인, 아웃코스 여부는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았다. 모태범은 승부를 본다던 200m를 16초42의 기록으로 통과했다. 전체 9위였다. 결승선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컨디션은 대회 직전에도 좋지 않았다. 마지막 리허설에서 부진했다. 지난 2일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네덜란드 오픈 1000m에서 1분12초31의 기록으로 12명 중 8위를 했다. 당시 1분9초08로 1위를 차지한 슈테판 그루투이스(33ㆍ네덜란드)는 이날 1분8초3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모태범은 정상급 선수지만, 불행히도 소치에서만은 최고가 아니었다.

모태범[사진=정재훈 기자]

모태범[사진=정재훈 기자]


▲ 평창까지 가는 길도 외롭다
모태범의 가장 큰 어려움은 국내에 적수가 없다는 점이다. 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43) 박사는 "내부 경쟁이 있어야 발전하는데 모태범과 이승훈(26ㆍ대한항공)은 경쟁상대가 없었다. 훈련할 때 그들을 경쟁 대상으로 삼은 이상화(25ㆍ서울시청)에 비해 기량을 향상시킬 만한 자극을 얻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초강세를 이어가는 네덜란드와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국제빙상연맹(ISU)에 등록된 네덜란드 국가대표 선수만 64명이다. 한국은 그 절반도 안 되는 29명이다. 모태범은 "500m에서 장거리까지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 점이 부럽다"고 했다. 타고난 신체조건에 다양한 인프라까지 갖춘 그들의 선전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그래서 모태범은 4년 뒤 평창에서도 메달을 장담하기 어렵다. 역설적이지만 빙질, 코스 등에서 홈 이점을 누린다고 해도 모태범을 위협할만한 후배가 등장하지 않으면 가시밭길을 피하기 어렵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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