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계 역시 복고 관련 문화콘텐츠를 일시적인 사회현상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복고를 탐닉하는 이들을 별종 취급한다. 하지만 복고라는 의미를 새롭게 봐야 한다는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복고 콘텐츠가 상품화되면서 산업계가 제일 먼저 분주해졌다. 일종의 업사이클 제품들이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오락실 아이템인 'DDR', 휴대용 게임기 '다마고치', 다이얼과 스위치를 디자인한 '오디오'와 미니냉장고 형태인 '빈티지 냉장고', 필름 카메라 감성의 '미러리스 카메라', 7080을 겨냥한 음악주점 '밤과 음악 사이', 티켓몬스터의 '복고 여행' 프로그램, 음악다방, 명작만화 등 추억의 상품들이 다시 돌아왔다. 이런 제품들은 불황에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위로받으려는 사람들이 추억과 조우하면서 거부감 없이 지갑을 열게 한다. '아나바다'와 같은 기존 불황 아이템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아날로그적 감성, 추억 등을 소비하려는 경향은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모든 문화는 과거와 현재의 컬래버레이션이다. 그 안에는 문화 DNA가 포함돼 있다. 결국 복고는 리셋돼 사라지는 것을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로 존재를 증명하는 시대에 새로운 정체성과 집단의식을 표현한다. 폭넓게는 문화 유산에 대한 향유, 보존, 수리, 복원 등으로 확장해서 생각할 수 있다. 이제 복고라는 용어가 낡은 것을 재활용하는 것쯤으로 의미를 가둬서는 안 된다. 새로운 문화코드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폐기되고 잊히는 문화 속에도 사람과 시간이 존재한다. 디지털 미래가 인간을 위한 완전한 진화일 수 없는 까닭에 옛것과 공존하려는 행위는 간단히 치부할 사항이 아니다. 복고 열풍은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통해 사회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삶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 주는 자세가 절실하다.
이규성 사회문화부 선임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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