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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복고는 과거와 미래의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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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축제'인 '복고 열풍'이 또다시 분다. 축제판으로 우리를 초대한 이는 199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X세대다. 한때 '강남 오렌지족'으로 불리며 '좀 놀아본 이들'이다. 현재 이들은 문화생산세력으로 사회무대 전면에서 다양한 문화를 낳고 있다. 오래 전부터 복고는 불황기 아이템 중 하나다. 불황 때마다 복고에 대한 문화소비는 늘상 나타나는 현상이다. 복고는 한두 세대 이전의 문화 현상이 재현되는 형태로 히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의 중간 지점에서 '기억의 낡은 LP판'를 돌리듯 재생됐다 사라지곤 한다. 넓게는 '엔틱'이나 '빈티지', '젠(Zenㆍ禪)' 스타일 등도 일종의 복고 성향이다. 또한 리모델링, 업사이클, 히스토리텔링 등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일부에서는 흘러간 날들의 소품, 배경, 놀이, 정치, 사회 환경과 감성을 버무려 재탕한 '추억 팔기'로 치부한다.

문화비평계 역시 복고 관련 문화콘텐츠를 일시적인 사회현상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복고를 탐닉하는 이들을 별종 취급한다. 하지만 복고라는 의미를 새롭게 봐야 한다는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복고 콘텐츠가 상품화되면서 산업계가 제일 먼저 분주해졌다. 일종의 업사이클 제품들이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오락실 아이템인 'DDR', 휴대용 게임기 '다마고치', 다이얼과 스위치를 디자인한 '오디오'와 미니냉장고 형태인 '빈티지 냉장고', 필름 카메라 감성의 '미러리스 카메라', 7080을 겨냥한 음악주점 '밤과 음악 사이', 티켓몬스터의 '복고 여행' 프로그램, 음악다방, 명작만화 등 추억의 상품들이 다시 돌아왔다. 이런 제품들은 불황에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위로받으려는 사람들이 추억과 조우하면서 거부감 없이 지갑을 열게 한다. '아나바다'와 같은 기존 불황 아이템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복고 아이템은 문화콘텐츠산업을 넘어 곧 여행, 의료, 패션, 정보기술(IT), 건설, 식료, 유통 등 산업 전 영역으로 확산될 기세다. 따라서 단순히 과거로의 여행만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가령 벼룩시장에서 낡은 물건들은 구입했다고 치자. 이는 빛 바랜 물건을 값싸게 구입해 재활용하려는 의도만을 뜻하진 않는다. 과거에 물건을 썼을 사람의 인생과 세월을 향유, 공존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낡은 물건 속에 내재된 친환경, 사회적 책임, 매력적인 스토리 등의 가치도 소비 대상으로 삼는다. 옛 장인의 숨은 솜씨와 먼저 물건의 사용했을 사람에 대한 히스토리까지 구입하는 셈이다. 즉 물건에 깃든 무형의 가치와 소통하려는 태도가 담겨 있다. 복고 또한 마찬가지다. 어제의 문화는 디지털 환경에 찌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성과 여유를 제공해 준다. 오늘날 디지털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과 상통한다.

아날로그적 감성, 추억 등을 소비하려는 경향은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모든 문화는 과거와 현재의 컬래버레이션이다. 그 안에는 문화 DNA가 포함돼 있다. 결국 복고는 리셋돼 사라지는 것을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로 존재를 증명하는 시대에 새로운 정체성과 집단의식을 표현한다. 폭넓게는 문화 유산에 대한 향유, 보존, 수리, 복원 등으로 확장해서 생각할 수 있다. 이제 복고라는 용어가 낡은 것을 재활용하는 것쯤으로 의미를 가둬서는 안 된다. 새로운 문화코드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폐기되고 잊히는 문화 속에도 사람과 시간이 존재한다. 디지털 미래가 인간을 위한 완전한 진화일 수 없는 까닭에 옛것과 공존하려는 행위는 간단히 치부할 사항이 아니다. 복고 열풍은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통해 사회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삶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 주는 자세가 절실하다.



이규성 사회문화부 선임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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