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를 예컨대 '민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오랫동안 '민영화'라는 말이 갖게 했던 착시, 즉 민영화를 곧 국민이 주인이 되는 것을 얘기하는 것으로, 그래서 민영화가 곧 민주화며 발전이며 개선인 것으로 보이게 했던 것에는 이같은 혈통의 비밀이 있었다.
그러나 이 외피를 벗겨보면 다른 진실이 나타난다. 실은 민은 곧 공이고 공은 곧 민이니, 공화국이라고 할 때 그것은 하나의 공동체, 즉 공동의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인 민을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민과 공은 길항이 아닌 오히려 동반과 일체의 관계라고 해야 마땅한 것이다.
이 왜곡된 구조는 그러므로 민을 좀 더 엄격히 사용하는 것으로 개선될 수 있다. '민'이 드리우는 후광과 권위를 생각할 때 이를 좀 더 엄격히 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건 적잖은 경우 민을 '사(私)'로 바꿔놓는 것으로써 가능하다. 가령 민영화는 소유구조와 운영의 사영화로 얘기해야 더 적확해질 것이다. 그럴 때 공의 대척점에 민이 아닌 사가 들어설 것이며 비로소 민과 공을 둘러싼 신비의 외피가 벗겨질 것이다. 그럴 때 민영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냉철하게 보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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