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가구 중심으로 1달에 4~5품목 가져갈 수 있어…수급자 많아져
공사장 인부인 김 씨는 "올 때마다 한 개 품목만 더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겨울이라 일감도 주는데 몇달만이라도 가져갈 수 있는 품목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신당동 유락종합사회복지관의 푸드마켓에 아들과 함께 찾아온 박영희(33·가명·여)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햄이나 소시지 같은 걸 가져가고 싶을 때도 있는데 없어서 좀 아쉽다"며 "카레나 짜장말고 동그랑땡이나 만두 같은 것도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푸드마켓은 식품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 가구가 직접 매장에 방문해 원하는 식품을 가져가는 상설 무료마켓이다. 식료품은 주로 기업과 유통업체 등을 통해 들어온다.
이곳에 들어온 기부물품의 규모는 2009년 291억원에서 2010년 207억원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284억원 수준을 회복했다. 올해는 303억원을 기록 중이다. 시와 자치구에서도 50:50으로 예산을 지원해 올해 서울시에서 16억여원이 투입됐다. 기부규모가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수급자도 함께 늘면서 푸드마켓 곳간이 넉넉하게 채워지긴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1달에 4~5품목 증정'으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다양한 상품 구비를 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별 푸드마켓 중 가장 많은 2800명의 수급자들이 이용하는 노원구 푸드마켓의 최용수 팀장은 "선정된 수급자가 골고루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1인당 품목 수를 늘리기는 어렵다"며 "기부되는 물품과 필요한 물품 수요가 일치하지 않아 부족한 물품은 추가 구매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수급자가 가져가는 라면은 수급을 맞추기 위해 구에서 여는 행사의 참가 조건으로 '라면 지참'을 제시하는 등 자구책을 동원하기도 한다. 라면 외에 푸드마켓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쌀, 국수 등은 늘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푸드마켓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기업에서 스파게티 소스나 불고기 양념을 줄 때가 있는데 면이나 불고기가 같이 제공되지 못해 몇 달을 비치해도 가져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예전에 비하면 못 먹는 음식이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걸 주는 경우가 줄긴 했지만, 정말 필요한 물품 위주로 기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운열 유락종합사회복지관 팀장은 "기업 기부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다양한 상품을 구비하고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개인기부와 후원계좌 등이 좀 더 활성화돼 다양한 품목이 제공될 수 있도록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푸드마켓의 기부 비중은 기업 및 단체가 91.3%로 개인은 9.7%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