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윤인성)는 A씨의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갓 태어난 어린 소·돼지를 포함한 가축을 산채로 구덩이에 파묻어야 했던 A씨는 그 일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동료에게 “자다가도 악몽을 꾸고 놀라서 깬다” “이러다 벌 받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힘든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A씨는 2011년 9월까지 매몰지를 방문해 침출수 제거 작업을 해야 했다. 그는 이 무렵 불면증과 조울증을 호소했고 위염과 십이지장궤양 등 건강상 문제로 고통을 겪었다.
재판부는 “A씨가 구제역 매몰작업 이후 우울증을 의심케 하는 폭력적 행동을 보였고 불면증과 위염 등 증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살처분으로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살처분 트라우마 등으로 인한 극단적 두려움과 괴로움으로 정신적 억제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2010년 11월 말 경상북도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전국 11개 시·도 75개 군으로 퍼져 나갔고, 가축 348만여마리가 매몰처분됐다. 당시 안락사용 약물이 초기에 바닥나면서 가축을 생매장해야 했고, 각계에서 농가는 물론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 등이 겪은 정신적 충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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