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버스가 현장에 가까워지자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취재진과 함께 버스를 동행한 OCI 관계자가 "이수영 회장, 이우현 사장과의 만남의 자리는 없으니 양해해 달라"며 "현장에 참석한 정치인들과의 식사 약속과 미팅으로, 자리를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 이 같은 OCI측의 설명은 취재진들의 실소(失笑)를 자아냈다.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취재 온 목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예고된바 취재진들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고, OCI 총수 부자(父子)는 기공식 후 정치인들과 함께 식사를 이유로 유유히 사라졌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OCI가 꺼내든 카드는 태양광 전지 핵심원료 폴리실리콘 공장 투어였다. "보안 관계상 지금껏 대외 공개가 없었지만 특별히 마련했다"는 OCI측 설명은 입구에 상시 마련된 유니폼 등에 새겨진 VIP 세 글자에 신뢰를 잃었다. 이마저 비보도(非報道)를 전제로 했다.
태양광 산업을 국가의 미래 신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는 국민들. 최근 글로벌 태양광 불황 여파에 따른 공급계약 해지 등으로 매일 주식 차트를 살피며 노심초사하는 투자자들. 이들을 대신해 현장에 참석한 취재진을 '들러리'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은 이쯤에서 들었다.
OCI의 최고 경영진들은 정부 고위 공무원, 정치인들과 사진만 찍고 언론에 보도되면 주가도 오르고 회사 이미지도 상승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듯하다. 정치인과 VIP만 있고, 국민과 투자자는 없었던 탓이다.
글로벌 불황 속에서 OCI의 최고 경영진들은 현 업황 위기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비전을 담은 진심어린 한마디를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처럼 막대한 손실 초래하고 뒤늦게 국민에게 읍소해 봐야 때는 늦다. OCI 최고경영진도 그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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