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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자연과 나를 엿보다...과학자 15명의 소소하지만 위대한 관찰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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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21세기 과학의 지성' 에드워드 O. 윌슨은 특히 개미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그가 작성한 관찰노트에는 파푸아 뉴기니의 지도와 카리브해에서 관찰한 개미에 관한 기록 등으로 빼곡하다. 윌슨은 인간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직접 찾아가 그곳에서 개미의 생태에 관해 많은 사실을 밝혀냈다. 개미의 모습을 직접 그려 넣고, 그 습성이나 특징을 포착해낸 그의 노트는 '개미 생태 보고서'나 다름없다.

동물학자 조지 셀러의 노트에는 사자와 판다, 고릴라에 대한 이야기로 넘쳐난다. 특히 단순히 동물들의 행동에만 집중한 게 아니라 배설물의 무게와 지름에 대해서도 상세하고도 집요하게 기록해놓았다. 티베트 영양인 '치루'의 새끼 낳는 모습을 묘사한 관찰일지는 시간대별로 정교하다. "자연보호 운동은 관찰한 것을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주장하는 조지 셀러의 관찰노트는 실제로 멸종 위기 종에 처한 동물을 보호하는 데도 상당히 기여했다.
신간 '과학자의 관찰노트'는 동물행동학, 생태학, 고생물학, 곤충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노트를 소개한다. 15명의 과학자들이 기꺼이 공개한 자신의 비밀 노트에는 일상의 사소한 경험부터 자연에 대한 세밀한 관찰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과학자이자 100km 울트라 마라톤 세계 기록 보유자인 베른트 하인리히는 그날 먹은 음식, 보폭, 정신 자세, 달린 거리 등을 매일같이 꼼꼼하게 기록했다. 심지어 집 근처 연못에서 놀고있는 거위도 놓치지 않고 기록의 대상이 됐다. 자질구레한 기록 속에는 쓸모없는 것도 있지만, 그 속에서 중요한 발견의 단서를 찾는 경우도 있다. 하인리히의 기록의 상자에는 반세기의 기록물이 담겨 있다. 숲속을 달리며 노트를 끄적이던 소년의 습관이 자연계의 신비를 밝히는 위대한 자연사학자를 탄생시킨 셈이다.

이들의 노트가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기까지는 미 하버드대의 곤충학자 마이클 캔필드의 노력이 크다. 그는 젊은 시절 연구가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를 펼쳤다. 빼곡하게 남긴 다윈의 흔적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마이클 캔필드는 21세기 현장의 과학자들은 어떻게 연구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의 요청에 다른 학자들이 흔쾌히 응하면서 '과학자들의 관찰노트'가 나오게 됐다.
노트의 방식은 제각각이다. 연필을 사용하는 이도 있고, 컴퓨터를 선호하는 이도 있다. 일상의 사소한 내용까지 모조리 기록하는 이도 있고, 연구대상으로만 한정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날짜를 꼭 기입하고, 관찰내용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기록한다는 원칙은 동일하다. 또 누구나 관찰 노트를 쓸 수 있으며, 그 내용은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고 과학자들은 조언한다. 다윈의 노트에서 진화론이 탄생했듯이, 누군가의 노트에서 생각지도 못한 위대한 발견이 튀어나올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과학자의 관찰노트 / 마이클R. 캔필드 엮음 / 에드워드 O. 윌슨 외 지음 / 김병순 옮김 / 휴먼사이언스 / 2만4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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