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와 CP 잔액은 1조4000억원이다. 이를 4만명 이상의 투자자들이 사서 갖고 있다. 그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다. 이들 중 금감원에 분쟁조정신청을 낸 사람은 지금까지 7000명을 넘었다. 신청자 중 70% 이상은 5000만원 이하 투자자다. 퇴직금을 넣은 60대 남성, 남편의 사망 보험금을 투자한 50대 여성 등 안타까운 사례도 많다. 동양증권은 이들에게 위험성은 제대로 알리지 않고 그저 고금리 상품이라면서 계열사 CP를 사도록 했다.
서민ㆍ중산층 투자자의 피해와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이 이렇게 큰 것은 CP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거론하기에는 발행자인 기업과 일반 개인투자자 간 정보비대칭이 너무 크다. CP는 주식과 달리 발행 기업에 관련 공시 의무가 없다. 기관투자가라면 모르겠으되 일반투자자는 CP 발행 기업이 부도위기에 몰렸어도 그런 사실을 알기 어렵다.
게다가 신용평가회사들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이번에도 막판 돌려막기가 시작된 뒤에야 해당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허겁지겁 낮췄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그동안 대응조치에 굼떴다. CP가 더 큰 시스템 리스크의 원인이 되기 전에 발행ㆍ유통ㆍ정보공시ㆍ감독 등 총체적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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