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전월세 대책이 나왔는데도 문의전화 한 통 없네요. 그래도 전셋값이 너무 올라서 그런지 중소형 단지 위주로 매매전환 수요가 나타나고 있어요."(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H공인중개소 대표)
지난 주말 찾은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 공인중개소들은 한산했다. 간혹 전세물건을 알아보는 전화가 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조용했다. 사흘 전 정부가 1%대 저리 모기지, 취득세 영구인하, 다주택자 취득세율 차등적용 폐지 등을 담은 '8·28 전월세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큰 반응이 없는 모양새다.
그래도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전환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형 단지인 일산 풍동 '숲속2단지두산위브' 84.88㎡(이하 전용면적)형의 경우 최근 매매가가 2000만원가량 상승했다. 온나라부동산종합포털에 따르면 지난 6월 이 아파트 실거래가는 2억7000만~2억9000만원이었지만 7월에는 3억원으로 올랐다. 인근 H공인 대표는 "입주한 지 6년 된 이 아파트 84㎡ 매매가가 3억원, 전세가는 2억3000만원 정도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76%에 달한다"며 "전세매물이 거의 없고 지금도 전셋값이 오르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인지 서울 전세입자가 일산 와서 집을 사기도 해 최근 아파트값이 2000만원 올랐다"면서 "급매물이 점차 사라지며 아파트값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분당에서도 중소형 위주로 매수세가 감지되고 있다. 분당구 정자동 B공인 관계자는 "2주 전부터 중소형을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있다"며 "대책이 나온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이것보다는 전셋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라고 봤다. 현재 인근 아파트 전세가율은 80%에 육박한다. 분당구 정자동 '한솔4단지주공' 36㎡ 매매가는 1억8500만~2억원, 전세가는 1억4000만~1억5000만원이다.
중대형 아파트는 아직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고 매매전환 수요도 거의 없다. 일산동구 식사동 B공인 대표는 "일산 식사지구 위시티에 블루밍, 자이 등 7000여가구의 대형 아파트가 있는데 이 중 500~600가구가 아직 미분양"이라며 "전세가율이 70%일 정도로 전세물량이 없지만 매매수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쪽에는 다주택자들도 많은데 아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되지 않았다"며 "기존 집도 처분되지 않은 데다 취득세율 차등적용을 없앤다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아 집을 살 생각이 없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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