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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러시아의 지나친 스포츠 애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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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유도 선수단을 격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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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시아경기대회는 중국 전국체육대회와 다름없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중국은 200개에서 단 한 개가 모자란 199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2위 한국(76개)과 3위 일본(48개), 4위 이란(20개)을 비롯해 8위 우즈베키스탄(11개)까지 더해야 200개의 금메달이 된다. 개최국이었으니 그럴 만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2006년 도하(카타르) 대회를 봐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165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2위 한국(58개)과 3위 일본(50개), 4위 카자흐스탄(23개)을 포함해 7위 우즈베키스탄(11개)까지 더해야 금메달 166개가 됐다.

아시아경기대회는 지역 대회이고 중국이 미국과 함께 명실공히 스포츠 G2가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사실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에선 이렇게 심한 수준의 쏠림 현상이 없다. 2012년 런던 올림픽만 해도 미국(46개)과 중국(38개)의 치열한 각축전 속에 개최국 영국(29개)이 기대 이상으로 분전했다. 러시아(24개), 한국(13개), 독일(11개), 프랑스(11개)도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차지하며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였다.
그런데 지난 17일 막을 내린 2013 카잔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선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개최국 러시아가 155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2위 중국(26개)과 3위 일본(24개), 4위 한국(17개)의 금메달을 합해도 러시아의 절반이 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이상을 딴 41개 나라를 몽땅 더해야 198개가 된다.

어떻게 이런 극심한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먼저 러시아의 경기력 수준을 꼽을 수 있다. 육상(50개), 경영(42개), 사격(34개) 등에서 각각 22개, 17개, 12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이들 3개 메이저 종목에서 달랑 1개의 금메달(사격 남자 공기권총 10m 단체전)을 건졌다. 두 번째로 국제대학스포츠연맹(Federation Internationale du Sport Universitaire)이 주관하는 세계 대학생의 스포츠 잔치인 유니버시아드대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 종목을 엄격히 통제하는 것과 달리 개최국이 택할 수 있는 종목이 꽤 많기 때문에 메달 경쟁에서 개최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뉴욕 주 버팔로에서 열린 1993년 대회에선 1959년 창설 대회(이탈리아 토리노) 이후 처음으로 야구 경기가 치러졌다. 박찬호가 짐 스토클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카우트 등에게 자신의 잠재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헝가리와 불가리아, 루마니아, 유고슬라비아 등 야구와는 거리가 먼 동유럽 나라들이 개최하는 대회에서 야구가 선택 종목으로 열릴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야구는 1995년 고베(일본) 대회 때 한 차례 더 열린 뒤 유니버시아드 무대에서 다시 사라졌다. 이번 대회에서도 당연히 열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음 대회인 2015년 광주 대회에선 21개 개최 종목에 포함됐다. 지난해 입학한 대학 야구부 새내기들은 졸업반 때 국제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갖게 됐다.
이번 카잔 대회에서 러시아는 강세 종목인 레슬링에 상당한 무게를 뒀다. 레슬링은 26차례 열린 역대 대회에서 1973년 모스크바(소련) 대회, 1977년 소피아(불가리아) 대회, 1981년 부쿠레슈티(루마니아) 대회, 2005년 이즈미르(터키) 대회 등 불과 네 차례만 열렸다. 개최국은 모두 레슬링 강국이다. 이들 대회에선 20개 또는 21개의 금메달이 걸린 ‘오리지널’ 레슬링만 치렀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번 대회에서 레슬링(21개)과 레슬링의 사촌쯤 되는 삼보(18개), 국내 스포츠팬들에겐 생소한 벨트 레슬링(19개) 등에 총 58개의 금메달을 걸어 놓았다. 이 가운데 쓸어 담은 금메달은 36개다.

러시아는 또 대회 사상 처음으로 복싱(10개)을 선택 종목으로 넣어 6개의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철저하게 자국 위주의 프로그램을 짠 결과 단독 질주에 나머지 161개 출전국은 들러리를 선 꼴이 됐다. 동메달을 1개 이상이라도 딴 나라는 70개국이고, 나머지 91개 나라는 빈손으로 돌아갔다. 대규모 국제 대회에선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번 대회는 정도가 지나쳤다.

2015년 광주 대회에선 카잔 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양궁과 골프, 야구, 핸드볼, 태권도가 선택 종목으로 열린다. 핸드볼은 대회 사상 처음으로 얼굴을 보인다. 모두 한국의 강세 종목이다. 좋은 성적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스포츠 애국주의’는 경계해야겠다. 카잔 대회에서 드러난 러시아의 지나친 ‘스포츠 애국주의’는 한마디로 꼴불견이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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