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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제습기요? 없어서 못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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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대형마트 제습기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대형마트 제습기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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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제습기요? 없어서 못 팔아요. 오늘만 해도 며칠 만에 제품이 입고됐는데 2~3대 남았어요. 지금 구매 안하시면 며칠 기다려야 할걸요."

20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제습기 담당 직원인 마태일 씨는 "제습기 성능에 관한 소비자 고발 방송이 나간 후 소비자들의 질문이 늘었지만 그 인기는 여전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17일 MBC '불만제로'의 제습기 편이 방송된 후 첫 주말을 맞아 찾은 전자제품 매장에선 우려와 달리 제습기의 판매가 잘 이뤄지고 있었다. 할인 행사를 알리는 광고물이 매장 입구부터 넘쳤고 일부 제품은 '일시품절'이라는 문구를 달고 있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방송에선 제습기의 제습 효과에 의문점을 던졌다. 에어컨과 큰 차이가 없으며 제습시 열이 나와 오히려 방안 온도만 높일 수 있다는 것. 마 씨는 "방송을 본 소비자들이 제습기의 성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해 시험가동을 통해 성능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제습기를 사러 온 주부 김영미 씨도 "에어컨이 전기세를 많이 잡아먹어 제습기를 사려던 참에 방송이 나와 고민됐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고민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실제 약 십분 정도 가동한 제습기의 물통엔 상당한 양의 물이 차 있었다. 마 씨는 "제습기가 금방 작동하다보니 물 버리러 왔다갔다 하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라며 웃음지었다.
김 씨가 구매하려던 것은 위닉스의 뽀송. 그러나 품절상태였다. 마 씨는 "제습효과 뿐만 아니라 전기세도 별로 안 들어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겉면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1등급이라는 표시와 함께 1년 전기세 1만8000원이라고 써 있었다. 하루 5~6시간 가동했을 시 나오는 금액이라는 직원의 설명이다.

인근 전자제품 전문매장에서도 제습기의 인기는 여전했다. 문을 열자마자 제습기 박스 십여대가 소비자들을 맞았다. 전면엔 '제습기, 올여름 마지막 세일 행사"라는 광고물이 붙어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계단마다 제습기 박스가 줄지어 서 있어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이곳도 물량이 모자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매장 직원은 "찾는 사람이 많아 예약 판매는 불가능"하다며 "온 김에 사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전시상품을 제 값에 구매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 통상 전시상품은 소비자에게 제품 설명을 위해 자주 사용되는 관계로 판매 시 제 값보다 싸게 판매된다. 그러나 물량이 없다보니 제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전시상품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설명이다.

고온다습한 날씨로 제습기 판매량이 급증한 상황이다. 지난달 한 유통업계가 1주일간 장마관련 용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제습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950% 상승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업계 1위 위닉스는 올해 지난해보다 최소 50% 이상 늘어난 3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 찬물을 끼얹어 업계의 심기는 불편하기만하다. 자칫 제 2의 음식물 처리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2008년까지 순항하던 음식물 처리기 시장은 2009년 '전기 먹는 하마'라는 내용의 TV고발 프로그램 방송 이후 시장 자체가 사라질 정도로 큰 위기를 맞았다. 제습기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업계는 음처기와는 달리 제습기는 광고가 아닌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은 만큼 고발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에 일부 제습기능이 있지만 이는 보조적 기능으로 제습기를 대체하기는 힘들다"며 "실제로 제습기를 써 본 고객들의 의견은 전혀 달라 판매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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