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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면 걸리는 배임죄, '경영상 판단'기준 도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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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영혁 기자]재벌 총수들에 대한 잇따른 실형 선고로 '배임죄'에 대한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법원은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똑같은 선고를 반복했던 전례를 깨고 엄격한 판결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기업 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쪽과 이번 기회에 형량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배임죄는 재벌 총수에 대한 죄목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이용하거나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에 손실을 가한 경우' 배임죄의 적용을 받게 된다.
배임죄에 대한 첫 번째 논란은 구성요건에 있다.

재계는 배임죄의 적용 기준이 모호하고 광범위하다며 배임죄의 무죄율이 다른 범죄보다 10배나 높다는 점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또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어 기업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기업정책팀 추광호 팀장은 “상당수 최고경영자(CEO)들이 배임죄로 인해 경영판단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곧 기업가 정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배임죄가 의도적인 범죄이므로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국민들의 법감정'을 앞세워 법원의 판단을 환영하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 강성진 변호사는 “대다수 국민은 잘못한 기업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인이라면 처벌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쟁점은 지난 2009년 시행된 횡령·배임에 관한 양형 기준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금액이 300억원 이상일 경우 기본 5년형이 선고된다. 재계는 300억원이 상대적으로 큰 액수가 아닐 수 있는데다, 기업 총수의 실형은 곧 경영공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형량이 과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 측은 그동안의 솜방망이 처벌이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며 아예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최저형량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계에서는 법 적용은 엄격하게 하되 배임죄의 성립요건이나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를 두는 실정이다.

이상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그동안 기업범죄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다소 형벌이 관대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굳이 처벌할 필요가 없는 것은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기업 활동에 자유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경영진의 권한 내에서 이뤄진 거래에 대해 '상당한 주의'를 가지고 '선의의 결정'을 내렸다면 책임을 면해줘야 한다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도입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배임죄가 도입된 독일이나 명확한 배임죄 규정이 없는 미국에서도 이 '경영판단의 원칙'을 도입해 적법한 경영 판단 행위에 대해서는 손실에 대한 책임을 면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동욱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구성요건이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적용범위가 상당히 확대됐고 손해 발생의 위험이 있는 경우까지 인정하는 것은 자칫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어 “배임죄로 걸고 들어가면 피해갈 기업인이 없어 '재산범죄의 하수종말처리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면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과 부도덕한 범죄를 구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7월 12일 아시아경제팍스TV '취재토크 금기'에 방영된 내용입니다. 동영상은 아시아경제팍스TV홈페이지(paxtv.moneta.co.kr)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영혁 기자 coral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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