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어나니머스'는 국제적 해커조직으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 이들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춘 조직이 아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익명(anonymous)'을 사용하는 해커들이 자유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하나의 '핵티비즘(Hacktivism, 해킹+액티비즘의 합성어로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사이버 행동주의)' 강령이나 연결 네트워크에 더 가깝다.
이후에도 어나니머스는 주요 정부기관 홈페이지나 기업과 '사이버전쟁'을 벌이며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일본 소니의 해킹사건이 대표적이다. 2011년 소니가 자사 제품의 보안을 뚫으려 한 해커를 고소하자 어나니머스는 연합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 홈페이지를 마비시켰고, 이후 공방전 끝에 약 1억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소니는 약 2조5000억원 가까운 경제적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어나니머스는 주로 온라인 표현의 자유, 지식 통제의 거부, 검열 반대 등을 내세운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로 유명한 '가이포크스' 가면을 주로 상징으로 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어나니머스를 정의하긴 어렵다. 누구도 '어나니머스'가 될 수 있으며 그 반대로 누구도 속하지 않을 수 있고, 목표 역시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나니머스'를 자칭하는 이들은 최근 들어 북한 정권에 대한 공격을 공언했고 지난달 25일에는 북한이 운영하는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 수 곳을 마비시켰지만, 같은 시간 청와대와 주요 정부기관·언론사에서 '어나니머스에 의해 해킹됐다(Hacked by Anonymous)'는 메시지로 홈페이지가 변조되기도 했다. 이것이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의 소행일 경우 북한의 해커들이 '어나니머스'를 사칭한 셈이 된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