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말은 없다=요즘 여의도에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재평가가 한창이다. '박정희의 그림자·육영수의 헤어스타일로 빈곤한 콘텐츠를 가린다'는 비아냥이 쏙 들어갔다.
인수위는 이후 언론과 담을 쌓고 지낸다. 첫 전체회의에서 "언론과 인터뷰하지 말라"는 당선인의 지시가 떨어진 뒤 누구도 금을 밟지 않았다.
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계파 단속이 철저했던 DJ시절에도 조직을 이렇게까지 단속하진 않았다"면서 "당선인이 조직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장악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선 후 친박계가 일제히 몸을 낮춘 게 단례"라고 말했다.
당선인은 정몽준·심재철 의원 등 '공약 출구전략'을 언급한 여당 중진에게도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입을 빌려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경기 침체기 복지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는 "복지는 단순한 소비 아니다"라면서 면박을 줬다. 지난 주말엔 "내가 가봤더니"라는 멘트로 군소리를 멈추라 명했다. MB의 "내가 해봤는데"를 연상하게 하는 단정적인 표현이다.
◆2인자는 없다=호가호위(狐假虎威·여우가 호랑이의 위엄을 빌려 세도를 부리다). 박 당선인이 절대 허용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2인자다. 1000여명의 인수위 취재진이 지난 한 달 관계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잘 모르겠다"와 "나도 방금 알았다"였던 건 그 때문이다.
무탈할 것으로 봤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에서 보듯 홀로 중대사를 결정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은 독선과 소신 사이에서 외줄을 탄다. 누구도 모르는 '朴心'을 읽느라 때론 인수위 고위 관계자들도 진땀을 뺀다. 대변인은 물론 김용준 인수위원장과 진영 부위원장도 조직개편·인선의 배경을 깨알같이 설명하진 못한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인수위는 비둘기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감히 누구도 박 당선인을 설득해 차기 국정과제를 제안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수위는 정책을 개발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당선인의 말 그대로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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