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오너 경영을 하는 회사의 경우 극단적인 위기가 닥쳤을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전문경영인이 오너의 경영철학을 이해하지 못해 독단적으로 행동하거나 오너가 전문경영인을 신뢰하지 못해 잘못된 길을 걷는 경우가 태반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전 부회장은 삼성의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지난 1980년 중반 윤 전 부회장은 VCR 사업부를 맡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잠시 필립스와 현대전자로 회사를 옮기기도 했다.
윤 전 부회장의 진가를 알아본 것은 이 회장이었다. 1987년 그룹 회장 취임과 동시에 그를 복귀 시켰다. 그는 이후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전관(현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를 총괄하며 이 회장을 옆에서 보좌했다.
당시 윤 전 부회장은 고민하는 기술자들에게 "DVD 플레이어에 VCR 기능까지 집어 넣으면 된다"고 지시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북미 DVD 플레이어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게 된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처리하는 모습은 이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서의 난제를 해결하던 모습과 흡사하다.
이윤우 전 부회장은 이 회장이 인정한 진정한 천재로 평가 받는다. 컬러TV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던 시절 64K D램 개발을 맡아 이를 성공시켰다. 그는 진대제, 황창규 등 삼성전자 반도체를 꽃피운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삼성전자의 근간을 다졌다.
미래전략실장을 맡고 있는 최지성 부회장은 '글로벌 1위' 달성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인물이다. 지난 1985년 삼성반도체 구주법인장을 맡은 최 부회장은 본인의 자동차에 직접 반도체를 싣고 다니며 유럽 각지의 거래처를 직접 만났던 일화가 유명하다.
최 부회장의 능력을 한눈에 알아본 이 회장은 1993년 한국으로 그를 불러 들여 비서실 전략 1팀장 자리를 맡겼다. 이후 디스플레이, 디지털미디어 총괄 겸 디자인경영센터장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 회장이 미래 경쟁력은 디자인 혁명에서 나온다며 디자인 경영에 나섰을때 이를 TV에 접목하고자 자신이 좋아하던 와인을 형상화해 '보르도' 시리즈 TV를 만든 일화는 TV 업계에서 전설로 남아있다.
명진규 기자 aeon@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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