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 이름 모를 이의 '부채 보낸 뜻을'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부채 보낸 뜻을 나도 잠깐 생각하니/가슴에 붙는 불을 끄라고 보냈구나/눈물도 못 끄는 불을 부채라서 어이 끄리

■ 시조라는 장르는 짧아서 외워 읊기 좋은 것이다. 하지만 말을 줄이고 아끼느라 행간에 많은 사연들이 숨어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얼핏 읽으면 맨숭맨숭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먼 곳의 정인(情人)이 부채를 하나 보냈다. 여름이면 더워서 보냈다고 하겠지만 추운 겨울에 보냈다면 이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사무치는 마음에 잠도 못 이루고 달려오고 싶은 마음을 견디느라 속이 꽃불처럼 확확 돋으니, 겨울에도 여름처럼 뜨겁습니다. 그대도 내 마음 같다면 이 부채가 필요하겠지요? 이녘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보낸 물건이다. 그러자 이 무명씨는 한 수 더 뜬다. 저는요, 날마다 당신 그리워 눈물을 이리도 흘리는데 그 불이 안 꺼지더이다. 그런데 부채로 어찌 끄겠습니까? 부채 사내가 날린 잽에 눈물 여인이 어퍼컷을 날려 완승을 거둔 셈이다. '보고싶기' 경쟁을 하던 저 장거리사랑들이 요즘은 천연기념물이 됐다. 그놈의 폰과 동영상, 차와 비행기들이 박음질처럼 오가도 사랑의 총량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니 희한하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잔고증명서 위조’ 尹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가석방 출소 [포토]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 증원 2천명 어디서나왔나?' "돈 없으면 열지도 못해" 이름값이 기준…그들만의 리그 '대학축제'

    #국내이슈

  • 뉴진스, 日서 아직 데뷔 전인데… 도쿄돔 팬미팅 매진 300만원에 빌릴 거면 7만원 주고 산다…MZ신부들 "비싼 웨딩드레스 그만" '심각한 더위' 이미 작년 사망자 수 넘겼다…5월에 체감온도 50도인 이 나라

    #해외이슈

  • '비계 삼겹살' 논란 커지자…제주도 "흑돼지 명성 되찾겠다" 추경호-박찬대 회동…'화기애애' 분위기 속 '긴장감'도 서울도심 5만명 연등행렬…내일은 뉴진스님 '부처핸섬'

    #포토PICK

  •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크기부터 색상까지 선택폭 넓힌 신형 디펜더 3년만에 새단장…GV70 부분변경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 용어]교황, '2025년 희년' 공식 선포 앞 유리에 '찰싹' 강제 제거 불가능한 불법주차 단속장치 도입될까 [뉴스속 용어]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